수다줌마의 해외 익명 막장썰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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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한 자료: Wikipedia, The Science of Esters in Wine

요로감염이 의심될 때
간단하고도 효과적인 확인방법이,
방금 눈 오줌의 투명도를 체크하는 겁니다.
오줌 담긴 유리그릇을 글자 위에 올려놔서
글자가 뿌얘보이면 균이 들끓는 오줌인거죠.

(건강한 오줌은 거의 무균상태에 가깝거든요.
오줌=혈액에서 걸러낸 것이니까요.
건강한 오줌도 시간 지나면
균이 증식해 탁해지지만요.)

신장염 요도염 방광염
왜 뜬금없이 배설기관 감염증 얘길 하냐면...

알코올 효모도 미생물이기 때문에,
활성화 여부를 육안으로 확인 가능하다
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미생물(랄빈이)이 증식하면 불투명해진다

왼쪽(투명)이 하루 전에 세팅한 자가양조 발효 병,
오른쪽(불투명)이 20일 전에 세팅한 양조 병입니다.
투명도가 다르죠.


(뭐, 어디까지나 '액체 내 증식'을 보여주는 지표이므로
랄빈이가 바닥에만or수면에만 증식하면
정상적으로 알콜발효가 이뤄지면서도
수색이 맑기도 합니다만...
이 포스팅은 와인 기준이고,
과일즙을 발효시키면 대개 온 액체에 랄빈이가 증식하므로, 패스.)

CO2 기포도 랄빈이가 발효중이라는 증거

그러다가 포도당이 바닥나면 기포가 멈춥니다(발효 정지).
랄빈이는 지금까진 알콜을 만들어주는
고마운 존재였지만, 이젠 필요없죠.
랄빈이만 죽어서 앙금으로 가라앉으면
와인도 맑아질겁니다ㅋ

랄빈이가 토사구팽되는 환경조건은

  • 포도당 부족
    : 이거 때문에 사실 가만 놔둬도
    기포발생이 멎은지 며칠후엔
    랄빈이가 굶어죽습니다.
    향미가 괴상한 유기산을
    최후의 단말마로 내뿜으면서
    죽는 경우도 간혹 있으니 주의.
  • 냉장보관
    : 랄빈이가 얼어죽습니다.
  • 젤라틴
    : 더운물에 녹여서 와인에 타면
    랄빈이가 젤리성분에 엉겨붙어
    1~2주 안에 가라앉습니다.
    비건vegan인 분들은
    한천(=해초)으로 대체하기도 한다던데,
    젤라틴만큼 효과적이진 않다는군요.
  • 전용 약품
    : 이건 저도 안 써봐서 모르고,
    알고싶지도 않음

쥬근 랄빈이는 자기 시체 조각
:효소enzyme & 지방질lipid 을
와인 속에 풀어놓습니다.

이것은 와인 속에 원래 있던
에스테르ester(향기 분자)와 결합해
제 2의 향미를 만듭니다.
즉, 발효된 직후의 향+효모 시체+오랜 시간
=와인의 참된 향 인 거죠.

어떤 향이 나올지는 예측하기 힘듭니다.
에스테르만 해도 종류가 160종 이상이래요.
어느 에스테르가 어느 효소/지질이랑 결합할지,
조합은 무궁무진하죠.
(일이 잘 풀리면) 제2의 향기나
견과류같은 고소함을 만들지만,
(잘 안 풀리면) 잡스런 향미가 됩니다.

(알코올 이스트 종류에 따라선
효모 자체에 고유의 향미가 있기도 하지만,
우리 랄빈이(Lalvin EC-1118)는
그런 애 아니니까, 패스.

랄빈이는 고유의 향미가 옅은편인 대신,
와인 재료 고유의 향미를 해치지 않습니다.
그야말로 무난한 뉴비용 기본장비인 동시에
보스전까지 쓰이는 혜자템이죠.)


여과

앞서서 '와인에 향이 피어나려면
이스트 사체가 필요하다'고 썼지만...
이스트 앙금 자체는 정말정말
잡스럽고, 텁텁한 맛이 납니다.
걸러내야 돼요.

(덜 걸러지고 남은 앙금만으로도
2차발효나 저온숙성은 충분히 되고요.)

어차피 가정집 장비로는
랄빈이를 100% 걸러내는 건
불가능합니다.

(죽었든 살았든간에요)

결국은 가정집 부엌에 있는 걸로라도 최대한 걸러내서,
앙금의 절대량을 가능한한 줄인 다음에

냉장고에 넣어서, 랄빈이를 냉기로 죽여
앙금으로 가라앉게 만드는 방식이
일반 가정집에선 제일 편하더라구요.

다른 자가양조러들은 요리용 면보를 쓰던데, 전 너무 소규모라 종이 커피필터로 퉁쳐버림(그닥 편하진 않음)


2차발효(Secondary fermentation)

저는 이건 안 하니까 개념만 설명할게요.
(전 스파클링 와인은 안 만들어요.
병 터질까봐 무서워서.)

탄산 들어가는 술(맥주 등)에 쓰이는 방식입니다.
탄산=액체에 녹은 CO2죠.
마침 랄빈이의 노폐물도 이산화탄소잖습니까.

발효&여과가 완전히 끝난 병에
아주 약간의 설탕을 추가로 넣고
추운데서 밀봉보관합니다.
추위와 배고픔에 죽어가는 알콜 효모가
마지막으로 내뱉은 날숨이
술에 녹아 탄산이 됩니다.

꼭 밀봉해서 냉장보관해야 합니다.
밀봉이 안되면 이산화탄소 기체가
술에 안 녹고 새어나가고요,
안 추우면 병 폭발의 위험이 있죠.

(고체는 더운 액체에 잘 녹고
기체는 차가운 액체에 잘 녹죠.
잘 안 녹으면? 고압으로 터질 수밖에요.)


저온숙성(Cool fermentation, lagering)

제가 빚어본 결과, 발효 직후엔
어느 술이건 향미가 비슷비슷했습니다.

(적어도 제가 빚어본 범위 내에선 그랬습니다.)
심지어는 자가양조맥주와 매실주의 차이조차 미미했습니다.
(전 맥주는 안 빚지만, 다른 경로로 알콜발효 직후인 걸 마셔봤습니다)

냉장고에 최소 2주는 재워야
각 술 고유의 향이 피어나더군요.

↑는 냉장고 문짝에 보름동안 둬 본 오미자 술입니다.
병 바닥 가장자리에 불투명한 고리가 보이죠?
처음 거를 때 덜 걸러진 랄빈이가
죽어서 가라앉은 앙금입니다.
병 바닥 중심부가 위로 솟은 타입이라
앙금도 고리 모양으로 앉았어요.


이대로 잔에 따라 마시면 됩니다.
바닥의 앙금은 병 바닥에 달라붙어서
마지막 잔에나 쬐끔 섞이더라구요.

게다가, 냉장보관 전엔 없던 향이 생겨나 있습니다.
여과 직후엔 홍철없 오미자향 없는 오미자주였는데,
2주차 시점에선 옛날 불량식품 중에 '짝꿍'이라고,
보라색 자주색 알갱이가 두 칸에
색깔별로 나뉘어 담긴 게 있는데,
꼭 그거같은 맛과 향이 나더군요.
3주차인 지금은 산미(향?)가 부드러워지고,
과일주다운 향미가 짙어졌습니다.

저는 아마추어라서 저온숙성=최소 한달입니다만,
길게는 십년 이상 진행될 수도 있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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