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줌마의 해외 익명 막장썰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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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일상 이상, 오컬트 미만(일본어)


507: 익명@오픈 : 2015/01/03(토)16:32:17
새해 연휴에 초등학교 동창회가 있었다.
거기서 좀 이상한 일이 있었다.


나는 초등학교 때 장난꾸러기라,
사람을 놀래키고, 남의 물건을 숨기거나 망가뜨리곤 하는 못돼먹은 꼬맹이였다.
선생님한테도 늘 혼났고, 반 친구들도 피하는 문제아였다.
그런데도 항상 내게 말을 걸어오는 아이가 있었다. A코였다.

A코는 반의 중심격인 여자아이로, 소위 "모두 사이좋게 지내자!"인 타입의 우등생이었다.
'왕따하면 못써! 외톨이가 있으면 말 걸어야지!'하는
위선적인 태도가 싫어서 나는 그녀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이러저러해서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고등학생 되고서부턴 나는 평범하게 얌전한 타입으로 바뀜.
A코랑은 초등학교 졸업 후 한 번도 같은 반이 된 적 없고, 얘기도 한 적 없다.


그리고 10여년만에 동창회가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옛 친구들과 얘기하다보니 초등학교 시절의 추억담이 됐다.
나: "아~ 생각난다~, 초딩때 못된 장난만 쳤지~(이불킥 감이다ᄏᄏᄏ)"
다들: "아~, A코 얘기지~ 걔 진짜 심했지~"
나: "? A코가 뭐 어쨌는데?"
다들: "엥?"
왠지 대화가 잘 안맞는듯한데...?
애들에게 자세히 물어보니, 초등학교 시절 장난을 쳐댄 건 A코였단 걸로 돼있었다.
남자애 실내화에 압정을 넣은 것도, 화장실에 들어간 애한테 물 뿌린 것도, 남자애의 다리를 걸어 유리창에 처박히게 한 것도 A코가 한 짓으로 돼 있었다.
이상한 건, 나를 직접 혼낸 담임선생님 기억에도 A코를 혼냈던 걸로 돼 있었다. 내가 유리에 처박은 남자애의 기억속에서조차.
A코는 동창회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중2 무렵부터 등교거부를 하곤 히키코모리*가 됐다고 한다.
(극단적일 만큼 긴 기간동안 외출을 하지 않는 사람. '은둔형 외톨이'라고 번역됨.)
반의 중심적인 위치에 있었던 A코에 대해 다들 "걘 좀 이상했어", "옛날부터 싫어했어", "초등학교 시절부터 외톨이였어"라고 뒷담했다.

애들 말을 듣고있자니 내 기억이 이상한건지, 다른 애들의 기억이 이상한건지 진심 헷갈렸다.
초등학교 졸업하고서 A코가 성격이 변한건지, 내 기억이 이상한지, 오컬트 게시판에 등장하는 '다른 차원'으로 이동된건지.
사람의 기억이란 건 애매하지만, 이렇게까지 바뀌었으면 뭐가 진실인지 헷갈리고 만다.
참고로 내 초등학교 때의 인상은, 기본적으로 어느 무리에도 속하지 않는 외톨이지만, 얘기해 보면 의외로 재밌는 애라는 포지션이 돼있었다.
지금도 살짝 혼란스러워하는 중... 이런 일이 가능한가요?

508: 익명@오픈 : 2015/01/04(일)21:42:04
여러가지 생각해보자니 이상한 점을 눈치챘음. 507에 이어서 씁니다.

남자애의 다리를 걸어 유리에 넘어트렸을 때, 걔는 유리에 팔을 베어 다쳤음.
담임선생님은 한 시간 넘게 계속 나를 혼내곤, "부모님께 전화할거야!!"라고 선언하고 나를 돌려보냈다.
덜덜 떨며 집에 돌아가니 부모님은 평소랑 똑같았다. 아직 담임한테서 연락이 안 온걸까 싶어 어두운 표정으로 저녁 먹고, 목욕하고, 잤다.
결국 그날 담임선생님한테서 연락이 오지 않았다.
다음 날 등교하자 담임 선생님이 "안녕"하고 평소와 다름없는 태도로 말을 걸어왔다.다친 남자도 팔에 붕대를 감고 등교했다.
어제 사고를 입에 올리지 않는 것은 학생들의 기분을 배려해서라고 생각했고, 나 자신도 괜히 입에 담았다가 긁어 부스럼 만들 건 없다고 생각해서 사고에 관해선 아무 말 안했다.
이후로도 부모나 담임선생님이 아무도 뭐라 안 했고,
좀 지나서 '어른들끼리 결론이 났나보다' 했다.

그러는 동안, 난 까맣게 잊고있었는데, 다친 남자애가 동창회에서 한 말에 의하면, A코의 부모님한테서 사죄와 치료비를 받았다고 한다.
남자애 팔엔 흉터가 남아있었으니, 사고 자체는 분명 있었는데... 정말로 내 기억이 맞는지 자신없어졌어요.

523: 익명@오픈 : 2015/01/25(일)10:03:08
>>507
정신병 중에 남의 죄를 자신이 저질렀다고 생각하는 게 있대.
경찰에 출두하는 사람 중 상당 비율이 그런 사람이라더라.

525: 익명@오픈 : 2015/01/25(일)21:11:38
진상을 알아냈는데, 오컬트하고는 상관없었어요.
내 기억이 잘못된 것도 아니었습니다.

애초에 제가 장난치는 대상으로 삼은 건 남자애들 뿐이었습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면 여자들이 체격이 더 좋은 시기잖아요.저는 반에서도 키도 덩치도 큰 편이었어요.
거기서, 남자애들이 여자애들을 놀리거나 살짝 괴롭히는 걸 감싼 게 도를 지나쳐서 여자애들까지 절 피하게 된 겁니다.
그렇지만, 남자애들이 장난치고 그러면 여자애들은 나한테 "어떻게든 해줘~" 라고 말하는 거죠. 뭐, 주로 A코가.
저야 나한테 의지한다는 게 기뻐서 남자애들이랑 싸움도 하고, 약간 히어로라도 된 기분이었죠. 그러나, 평소엔 외톨이입니다.
듣자하니 여자애들이 절 피한 것도 A코가 시킨 거라고.. 반의 중심격인 아이였으니까요.
그렇다 보니 여자애들 중엔 내가 불쌍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는데... 남자애가 유리에 다쳐서 제가 담임한테 혼난 뒤에 밀고했대요.
A코가 나한테 지시해서 남자를 다치게 했다고.
그래서 A코에게 물어보니 나를 괴롭혔다고 자백했다고 합니다.
거기서, A코의 부모 소환, 치료비 기타등등...하는 얘기가 됐대요.
제 부모님에게는 모든 게 끝난 후 이런 일이 있었지만 해결됐다는 간단한 설명을 전화로 했대요.
그러고보니 엄마가 한때 학교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많이 물어본 시기가 있었죠. 제 대답은 언제나 "평범해"였습니다만.
A코는 상당히 본격적으로 미움받고 있었군요.친해 보였는데 말이죠.여자들 그룹은 무섭네요.
담임이 제게 아무 말도 안한 이유는 저를 배려해선지 뭔지 모르겠지만, 저랑 전혀 상관없는 곳에서 문제가 해결된 모양이에요.
애초에 저 자신부터가 괴롭힘당하고 있단 인식이 적었달까, 우리반의 다크히어로같은 존재라고 속으로 생각했던 바보였으니까...
완전 이불킥 감이네요.
하지만 초등학교 시절엔 외톨이였다고 생각했던지라, 날 바라본 사람이 있었구나 하고 생각하니 좀 기쁩니다.

526: 익명@오픈 : 2015/01/25(일)23:02:58
자꾸 덧붙여 죄송합니다.이것으로 마지막입니다.
A코와 같은 그룹에 있던 B코에게 들은 얘기입니다.
B코를 중심으로 한 몇명인가가 담임에게 밀고했다고 합니다.

그때 B씨는 "A코에게 괴롭힘당하던 '나'가 A코에게 강요당해 남자애들에게 싸움을 걸고 있었다"고 전했다고 합니다.그 결과, 저는 100% 피해자 입장이 되었다 합니다.
나: "엉? 아니, 오히려 나 완전 신나서 남자애들한테 싸움 걸었다는 느낌이었는데."
B코: "아-, 그건 알고있었어. A코가 짜증나서ㅋㅋㅋ. 아,그래도 네가 A코에게 이용당해서 안됐다고 생각한 건 사실이야ᄏᄏᄏ"
라고 합니다. 아무래도 A코,B코네 그룹에서의 쿠테타(?)로서의 면도 있었던 모양입니다.그 후 A코는 그룹으로부터 따돌림당하게 되어, 외톨이가 됐다고.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B코의 미소가 약간 호러였습니다. 동창회 여는 걸 주도한 것도 B코를 중심으로 한 멤버들이었고...

527: 익명@오픈 : 2015/01/26(월)03:27:19
오컬트 미만이란 점에서 이 스레에 딱 맞는 얘기네ᄏ

528: 오늘밤은 사이코 : 2015/01/27(화) 00:33:49
>>507씨. 진상을 알게 돼서 다행이네요. 자기가 모르는 사이에 이것저것 해결됐단 느낌이죠.
역시 살아있는 사람이 제일 무섭네요. 글고 학교에서, 무리지은 여자들은 최고로 무서운 존재들.
B코란 사람은 적으로 돌리고 싶지 않네요.
그리고, 507씨의 기억이 봉인되거나 왜곡됐던게 아니여서 다행...


출처: 일상 이상, 오컬트 미만(일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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