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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지금까지 겪어본 최대의 아수라장 No.77(일본어)
54:익명@Home: 2013/03/05(火) 14:29:17.10
드디어 좀 진정됐으니까 썰 품.
어릴때 아빠의 애인한테 살해당할 뻔한 게 내 인생 최대의 아수라장이었음.
엄만 전업주부라서 늘 함께 있어줬지만, 그 날은
무슨 전화를 받은 직후에 나한테 혼자 집보라고 하고 나갔음.
몇분 후에 초인종이 울리더니, "아빠의 부하직원"을 자처하는 여자가
"너희 아빠가 이 집에서 기다리라고 했으니까, 들여보내주렴"이라길래 문 열어줬음.
아직 초등학교 1,2학년 정도라 접객을 어떻게 하는건지 몰라서 응접실로 안내해 같이 앉아 있었더니
갑자기 뭐라뭐라 혼자 중얼중얼 하더니, 가방에서 식칼을 꺼내들었음.
"니가 있으니까 그 사람이 이혼해주질 않잖아 죽어죽어죽어!"
라고 절규하며 식칼을 마구잡이로 휘두름.
테이블을 사이에 끼고 앉아있으니까 무사했지만, 상당한 공포였음.
바로 도망쳤지만, 당황한 나머지 집 밖이 아니라 내 방으로 도망쳤음.
내 방은 문이 안 잠겨서 어쩌지 어쩌지 하는데 그 여자가 내 방에 쳐들어옴.
난 겁에 질려서 책상을 타넘어 창문을 열고 탈출...했다만, 이 다음 기억이 전혀 없음.
정확힌 이↑ 기억 자체를 어제까지 잊고 있다가, 어젯밤에
식칼을 실수로 발에 떨어트린 순간에 갑자기 떠오름.
슬리퍼 신고 있었고, 날이 무뎌진 식칼이라서 발엔 별 상처 없었는데,
갑자기 이런 기억이 떠올라서 충격이었음.
지금 생각해보면, '초등학교 1,2학년쯤 때부터 주위 사람들한테
조심조심 대해야 할 대상 취급받았었지~'라든가
'갑자기 토하거나 기절하곤 했던 건 그때 그 일의 영향이었구나~' 등등, 짚이는 곳이 있음.
결국 부모님은 내가 초등학교 5학년때 이혼했고,
아빠는 여러 애인들 중 한명과 재혼했다...고 전해들었음.
난 언젠가부터 아빠를 엄청 싫어하게 돼서,
근황을 전해듣는 것도 싫었으니 흐지부지 연락이 끊김.
엄마한테 이 일에 대해 물어보고 싶지만,
10년 전에 돌아가셔서 물어볼 수가 없음ㅋ
55:익명@Home: 2013/03/05(火) 14:48:06.08
>>54
잘 도망쳤네, 장하다.
기억을 되찾았을 땐 뭐 어떤 느낌이었음?
56:54: 2013/03/05(火) 15:12:16.80
>>55
감사.
어젯밤 말야? 아니면 기절했다가 깨어난 후?
어릴 때 말이라면, 위에 쓴 거 외엔 전혀 기억안나는 상태.
크게 다친 기억도 없으니, 아마 무사히 도망친듯...
안그래도 엄만 원래부터 좀 과보호 경향이 있었는데,
중학교 들어갈때까지 날 절대 혼자 안 뒀으니까
아마 주변 어른들한텐 널리 알려진 사실이었을지도.
어젯밤부터 계속 구역질이 나고 몸이 떨려서 오늘은 회사를 쉬고 말았음.
내일도 안 나으면 병원 갈까 생각중
57:익명@Home: 2013/03/05(火) 15:19:11.43
'기억 되찾았더니 이웃집 여자가 그 여자였다'라면 호러겠다~ㅋㅋ
58:익명@Home: 2013/03/05(火) 15:30:32.27
카운셀링이라도 받아서 확실히 다 기억해내는 편이 좋지 않을까?
59:익명@Home: 2013/03/05(火) 15:36:01.52
>>59
확실히 기억해낸다기보단, 상담자가 '힘들지 않게, 살아가기 쉽게' 하는 게 포인트.
'기억해내지 않는다'도 그걸 위한 선택지에 포함됨.
60:익명@Home: 2013/03/05(火) 15:38:15.36
'블랙잭'에서 기억상실증 여자가 슬리퍼 신은 발에 식칼 떨어트린 순간
기억이 되살아나는 장면이 있었는데, 실제로도 있는 일이구나.
다행이네, 안 찔려서.
61:54: 2013/03/05(火) 15:55:46.89
내일 몸상탤 보고 안 좋으면 병원 가야지 했었는데
댓글 읽고 내일 꼭 병원 가야지 하고 마음을 고쳐먹었음.
기억해낼지 말지는 의사랑 상담해서 결정할래요.
일단 미리 병원을 찾아보겠습니다. 늘 가던 내과보단 정신과가 나을테니까요.
이런 얘긴 친구한테도 못해서 여기에 털어놓고 나니 마음이 꽤 가벼워졌네요, 감사.
62:익명@Home: 2013/03/05(火) 16:20:38.61
>>61
동네병원 가서 정신과 의사 소개받는거 추천.
무사해서 다행이야. 불륜상대도 살인자가 안 됐고.
필사적으로 도망친 어린시절의 자기자신을 칭찬해줘.
64:익명@Home: 2013/03/05(火) 22:17:14.67
기억을 봉인한다는 게 실제로 있는 일이구나...
65:익명@Home: 2013/03/05(火) 22:18:40.37
님은 살아야 할 사람이니까 자기 자신을 지킨거야!
님 어머니도 온 힘을 다해 자식을 지킨거고!!
그러니 과거는 과거로 냅두면 됨~
출처: 지금까지 겪어본 최대의 아수라장 No.77(일본어)
출처: 이후엔 어떻게 됐나요? 74(일본어)
159 익명@HOME: 2013/05/27(月) 19:57:19.10
이후 심리상담을 받은 끝에, 결국 기억은 되돌아왔습니다.
창문으로 도망친 이후의 기억이 없었는데, 그것도
상담받을 때 얘기하는 도중에 확 하고 기억이 되살아나 겁에 질렸습니다ㅋ
최대한 짧게 쓰자면, 전 창문으로 탈출했지만
2층에서 맨발로 뛰어내렸으니 그 충격으로 못 움직임.
괴성이 들려서 창문을 올려다보니, 아빠의 불륜상대가 식칼로 자해행위 중.
이웃집 사람이 날 보호하고 경찰에 신고.
...라는 전개였습니다.
동네 사람들이 일련의 사건을 알고있었던 게 충격이었습니다...
(저한텐 다들 상냥하게 대해주셨거든요)
현재의 저는 얼마간 거동이 불안정했었는데,
완전히 기억해내고 나니까 문제없이 생활이 가능할만큼 회복됐습니다.
그 때 병원 가보길 추천해주신 분들, 고마워요!
출처: 이후엔 어떻게 됐나요? 74(일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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