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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죽을만큼 장난아니게 무서운 얘기를 모아보지 않을래? 272(일본어)

95:무서운 실화의 익명 2011/07/04(월) 21:39 ID:649pgrFK0
하나도 안 무서울지도 모르지만 내 실제 경험담.

그날 나는 역에서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었다.
홈이 거의 텅 비어있고, 내 5m쯤 옆에 커플이 있었다.
나나 커플이나, 노란 선 바로 아슬아슬하게 안쪽에 서있었다.

커플은 즐겁게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보니깐 여자가 꽤 예뻐서, 난 속으로 '부럽다~'했다.
열차가 들어오고, 나는 자연스럽게 지하철 쪽을 향했다.
지하철이 오는 방향에 커플이 있어서
자연스레 커플도 시야에 들어왔다.

지하철이 커플 앞에 막 다다랐을 때
여자애가 자기 남친을 바라보면서

활짝 웃는 얼굴로 지하철에 뛰어들었다.

96:무서운 실화의 익명 2011/07/04(월) 21:39 ID:649pgrFK0
쿵 하고 딱딱한 물건에 뭔가가 부딛치는 소리가 났고,
그 다음에 지하철에서 엄청나게 큰 브레이크 소리가 나면서 멈췄다.
멈췄긴 멈췄는데, 역을 완전히 통과한 뒤에 멈췄지만.
이 역을 지나치는 열차라서 속도도 꽤 빨랐으니.
철로엔 여자애의 잔해같은 게 있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고싶지는 않았다.
남친은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 넋이 나가 있었어.

나는 완전히 머릿속이 '???' 상태였다.
'어째서?? 아까전까지 즐거워보였는데??
아니, 뛰어드는 순간에조차 즐거워보였고???'

영문을 모르고 서있는데 역무원이 몇 명 달려왔다.
그중 한 사람이 나한테 말을 걸어왔다.

"죄송합니다, 사고를 목격하셨는지요?"라고 물었다.
나는 혼란에 빠져 말을 더듬으며 "예에.."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역무원이 "그렇습니까...
저기, 바쁘실텐데 대단히 죄송합니다만,
좀 있으면 경찰이 올거니까 사고 상황을
설명해 주시겠습니까?"라고 말했다.

전동차 인명사고의 경우,
꼭 자살이 아니라도 살인사건일 가능성도 있으므로
경찰이 현장검증을 와서 목격자에게 상황을 물어보곤 한다고.
보니까 남친한테도 역무원이 말을 걸고 있다.
남친은 아직도 주저앉아서 넋이 나가 있었다.

97:무서운 실화의 익명 2011/07/04(월) 21:39 ID:649pgrFK0
나는 역에 있는 사무실 비슷한 데에 끌려갔다.
경찰이 올 때까지 기다리라길래 의자에 앉았다.
곧바로 역무원 2명에게 양쪽 겨드랑이를 잡힌채
얼굴이 창백하게 질린 남친씨가 사무실로 들어왔다.
그대로 사무실 안쪽으로 끌려가 나한테서는 안 보이는 위치에 앉음.
잠시 후 경찰이 와서 "죄송합니다만 상황을 설명해주시겠습니까"라고.

나는 내가 본 걸 그대로 정직하게 얘기했다.
"여자애는 제발로 뛰어들었으니 사고가 아니라 자살일 겁니다."
"남친이건 누구건 아무도 안 밀었으니, 살인도 아닙니다."
근데 뛰어든 순간 여자애의 환한 미소는 이해할 수 없었다.
이해는 안 갔지만, 나는 "여자애가 미소지으며 뛰어내렸다"고 설명했다.
근데 경찰은 딱히 맘에 걸려하지도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안쪽에서 남친씨가 오열하는 소리가 들렸다.

98:무서운 실화의 익명 2011/07/04(월) 21:40 ID:649pgrFK0
나는 경찰이 너무 냉정하길래 "자살은 다들 이런 식인가요?"라고 물었다.
경찰은 "다는 아니지만 가끔 있는 경우예요." 라고.

경찰 왈, 자살할 기미가 없었는데
갑자기 뛰어내리는 사람이 있다고.
그런 사람들은 해맑게,
마치 산책이라도 가듯이 자살해버리니 막을 수 없다고 한다.

죽음을 결심하면 마음이 가벼워져서 마약에 취하듯 들뜨는 걸까?
아니면 뭔가가 씌이는 걸까.
내가 본 느낌으론,
지하철 앞에 뛰어든 그 신들린듯한 타이밍은
뭔가가 씌였다는 표현이 차라리 걸맞았을 거 같다.

출처: 죽을만큼 장난아니게 무서운 얘기를 모아보지 않을래? 272(일본어)


귀천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고등학교 국어시간에 이 시를
'극단적 선택을 생각하는 마음을 표현한 시'라고 배워서
전 속으로 '뭔소리야, 세상이 아름답대잖아.
천상병 시인이 막 고문당하고 그랬어도
결국 세상을 긍정하겠단 거 아니냐?'했는데
이 일본 썰에서 '이 세상 소풍'과 비슷한 표현이 나오더라구요.
'해맑게, 산책이라도 가듯이 자살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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