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줌마의 해외 익명 막장썰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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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지금까지 있었던 아수라장을 말하라 [14번째](일본어)

846: Anonymous@open: 15/11/23(月) 21:49:49 ID:yli
2000년 8월에 졸업여행삼아 혼자 배낭여행 가서 터키이스탄불에 갔었음.

현지의 클럽 비슷한 데서 만난 일본인, 벨기에인, 미국인과
낮에 다함께 그 주변을 관광한 후, 밤이 되자
그 길로 구시가의 싸구려 오픈카페 비슷한 데 가서 밥먹는 중이었음.
"여자는 없구만ᄏᄏᄏ"하면서.

이슬람계 국가라 그런지, 이스탄불엔
밤에 술마시고 돌아다니는 현지 여성이 별로 없더라구.
외국인 투성이에, 커플이 많았음.
남자들만 모인 수수께끼의 그룹이 돼선 일고여덟명이서 술 마셨음.
"숙소 싼 데 어디야?", "다음엔 어느 나라 갈까?"등의 잡담을 하면서.

그런데 거리가 웅성거리기 시작함.
자동차 창문으로 상체를 다 내민 현지인이 여럿 보이기 시작했고,
보행자도 늘어나 웅성웅성. 축제나 폭동같은 분위기.
'무슨 일이지!?'하면서 영어가 통하는 점원에게 물어보니
"빅매치에서 갈라타사라이(터키의 프로축구팀)이겼다!
그래서 팬들이 기뻐서 난리다"라나.

축구 덕후인 나는 관련 지식을 풀 발동함.
'아하, 작년에 UEFA컵에서 우승한 갈라타사라이가
모나코에서 열린 유럽 슈퍼컵 경기에서
작년 챔피언스리그 우승팀인 레알을 이겼단 소리구나.'

"뭐임!?!?"하면서 어리둥절한 동료들에게 설명해줌.
벨기에인과 아일랜드인은 그게 뭔지 알던데,
다른 사람들이야 '...?'였음.
미국인이야 아예 "그게 뭔데? 먹는거임?"정도의 반응.

갈라타사라이 SK는 이스탄불의 거물 팀으로,
당시엔 게오르게 하지라는 명선수가 있었음.
다만, 이스탄불엔 여러 팀이 있고,
그 가게 점원들은 죄다 다른 팀 팬인지라
그 광경을 씁쓸하게 보고 있었음.

그리고, 차가 엄청 많이 지나다니기 시작하고, 군중도 늘어나
어째 좀 위험한 분위기가 느껴짐.
그닥 멀지 않은 곳에서 총 쏘는 소리가 들려옴.
축포삼아 현지민이 쏘고 있다고 함. 뭐야 그거 무서워.

"자리를 옮길까?"하고 제안했는데,
때마침 독일人 여자들 3,4인조를 누가 어디서 데려오는 바람에 다들 꿈쩍도 안 함.
속으로 '아니, 분위기 완전 불길합니다만... 술이 확 깬다고...'하고 있는데,

갑자기 내 바로 옆에 있던 미국인이 "콜록" 하더니 쓰러짐.
동시에 총성. 가까움. 동시에 가게 유리창이 깨짐.
어? 어? 어? 어? 어? 어? 어? 어? ...미국인이 피를 흘리고 있어.

"꺄악-!!!" 다들 우왕좌왕 도망치기 시작했음.

기억은 잘 안 나지만, 젖먹던 힘까지 다해 달려서 그 자릴 벗어났음...
숙소에 돌아오니, 나 말고 아무도 안 돌아왔음.
(어찌저찌 아는 사이가 된 애들끼리 같은 숙소에 묵었음. 하룻밤에 800엔쯤)
침대가 12개쯤 되는 큰 방이었는데,
방에 있던 사람이 "괜찮아? 너 피나잖아"라고 물어보고서야
머리를 만져보니 피가 흥건히.
화장실 거울을 보니 머릴 뭔가에 부딪혀
피가 철철 나고있었음...
갑자기 아프면서 어지러웠음.
같은 방 사람이 "강도 만났냐?"고 막 물어봐서
(그곳에선 수면제 강도가 한창 출몰중이었음)
다 얘기해줌.

같이 마신 애들은 아침이 돼도 안 돌아왔음.
'다들 배낭을 프론트에 맡겨뒀으니 돌아오겠지' 하고 기다림.
아침 뉴스에서
'경기에서 이겨 흥분한 축구팬들이
거리에서 난동을 부려 몇명 사망, 수십명 부상'

이라는 뉴스가.

낮이 되서야 몇명인가 돌아옴.
"그 미국인 어떻게 됐어!?!?" 아무도 모름.
다들 뛰어 도망치다가 길을 잃었었음.

가보자는 결론이 나와서, 어젯밤에 간 가게에 다함께 가 봄.
가게 직원은 있어도 경찰은 없으니 알아볼 수가 없었음.
깨진 유릿조각피웅덩이가 있는걸보면
가게는 여기 맞는데.

PC방에도 가 봤지만,
당시엔 인터넷이 그리 보급돼있지 않아서

정보을 얻을만한 길이 TV밖에 없음.

밤에 다함께 다시 가봤음.
"미국인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음.

바로 옆에서 쾌활하게 술마시고 있던 우락부락한 미국인.
나한곤 1m도 안 떨어져 있었음.

지금도 가끔 그가 꿈에 나옴.
이젠 얼굴도 잘 기억 안 나지만.

847: Anonymous@open: 15/11/23(月) 21:52:19 ID:yli
참고로 내 머리부상은 아마도 유리조각 때문임.
피가 멎길래 그냥 그대로 여행하다가
한달쯤 후 일본에 귀국해서 병원 가보니
의사가 "총상은 아닌데요"라고 그랬음.

848: Anonymous@open: 15/11/23(月) 21:58:32 ID:Ue2
>>846
이건 레알 수라장이네.
그래도 님은 무사히 돌아와서 다행이네

849: Anonymous@open: 15/11/23(月) 22:01:18 ID:yli
>>848
감사. 이스탄불에선 그 외에도 융단가게에 감금당하는 등 여러 일이 있었음.
터키는 안전하다고들 하는데, 그건 패키지 여행일 때 얘기거든요~

850: Anonymous@open: 15/11/23(月) 22:50:16 ID:QRX
>>849
터키 국내시합 처음 봤을 땐 '관중석이 불바다잖아!'하고 깜놀했었지.
당시엔 "2002년 한일 월드컵을 보다가
일한 만스즈
*한테 관심이 생겼어요.
(*역주: 터키의 미남 축구선수)
조만간 터키에 가볼거예요~♪"같은 댓글 달리고 그랬지만
나같으면 절대 못간다고 생각했음

851: Anonymous@open: 15/11/23(月) 23:56:49 ID:yli
>>850
많은 나라에서 축구=노동자계급 남자들이 보는 거
란 걸 모르는 사람도 당시엔 있었지~
난 세리에A랑 프리미어, 분데스는 현지에서 경기를 봤었는데,
나라별로 분위기가 전혀 다름.
세리에, 정확히는 올림피코는 진짜로 무서웠음.
아시아인이 혈혈단신으로 갈만한 곳이 아님.

출처: 지금까지 있었던 아수라장을 말하라 [14번째](일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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