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줌마의 해외 익명 막장썰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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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새 글타래를 만들것까진 없는 푸념, 고민, 상담 part76(일본어)

655: 익명@open: 2017/08/06(일) 14:52:06 ID:HlD
도쿄에 올라왔다가 예상도 상상도 못하던 봉변을 겪음.

고향에선 애니메이션 덕후녀였음.
지방에선 이벤트는커녕, 만화영화 시청 자체마저
만족스럽게 못하는 환경이라 곤란한 것도 있고해서,
나는 도쿄에 있는 대학을 목표로 열심히 공부했음.

합격했을 땐 진짜로 눈물나게 기뻤음.

같은 도쿄라도 구역에 따라 천차만별이다만,
연예인이 아무렇지도 않게 목격될 때가 있다는 점에 쫄았음.
그야, 그 사람들도 살아있는 사람인 이상,
당연히 어딘가에서 살아가겠지만...
평범하게 쇼핑중인 모습에 쫄았고,
도쿄 친구들이 다들 그 광경을 걍 지나치는 거에도 쫄았음.
시청률 높은 시간대에 나오는 일류 연예인인데도
아무도 싸인받으러 안 감.
친구들 따라서 나도 그냥 지나쳤지만,
집에다가 얘기하면 백프로 "바보야 싸인 받았어야지!" 소리 들을걸.

대학생활은 상상만큼 잘 되진 않았음.
수업과 알바로 바빠서
생활을 꾸려나가는 것만으로도 진이 다 빠짐.
거기다가가 취미에까지 시간을 듬뿍 썼다간 몸이 못 버팀.

내년 이후, 익숙해지면 여유가 생길지도 모르지만,
지금의 나는 완전히 '탈덕녀'.
상경한 목적이 꼭 만화영화를 보기 위해서만은 아니니
괜찮긴 한데, 약간 아쉽기도 함.
뭐 그래도 틈틈히 애니는 보고있고,
여유가 되면 덕질 복귀하고 싶었음.

그런 연유로, 우연히 들어간 식당에서
옆자리 대화가 귀에 들려왔을 때
도쿄사람들같은 초연함 스킬을 만렙 찍은 나도 완전 흥분했음.

고향에서 살때 완전 좋아했던 애니메이션 제작 스탭이 옆자리에 앉아있어!
게다가 때마침 내가 좋아하는 ○○* 얘기중이야!
(*역주: 정황상 '오소마츠상(오소마츠 6쌍둥이)'으로 추정됩니다.)
제작사가 이 근처란 건 알고있었지만,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나!? 역시 도쿄는 굉장해!
바보같을진 몰라도, 상경해서 가장 기뻤던 순간일지도 모름.
정말 좋아했으니까 정말 기뻤음.
그래서 정말 슬펐음.

656: 익명@open: 2017/08/06(일) 14:52:22 ID:HlD
기쁨은 5분도 안 가 증발해버렸음.
"그때 제 패권이요? 그야 결국 판매전략의 승리죠."
(참고로 패권이란 그 시즌 최고매상 작품을 가리킵니다)
흐음(끄덕끄덕), 어떤 전략이었나요? 궁금하네요.
"S랑 N이죠. 거기다 K라든가, 추가로 F도. 캐스팅 시점에서 이미 승리가 확정된거 아닙니까."
(역주: 정황상 S=사쿠라이 타카히로,
N=나카무라 유이치,
K=카미야 히로시,
F=후쿠야마 쥰으로 추정됩니다.)

아~, 호화성우진 말이죠. 확실히, 인기있는 성우만 기용했네요.
"그렇게까지 확보해놨으면 질래야 질 수가 없죠."
……근데 고작 그것만으로 작품이 팔릴거면 껌일거 같은데요
"누가 어느 역을 맡느냐는 아무상관 없거등요ㅋ
걔네들 팬이 좋아할 드립만 잔뜩 집어넣으면 그것만으로 대박남ㅋ"

……야 잠깐만
"정말이지, 바보들을 대상으로 한 판매전략이었다니까ㅋ"
얌마, 얌마, 얌마, 얌마……

백번 양보해서, 천번인지 만번인지 여하튼 양보해서,
그게 홍보팀 입에서 나온 소리라면 그래 뭐, 그렇다 치자.
소문내는게 직업이니까, 최고매출액을 자랑스러워할 만 하지.
작품의 내용이 아닌 숫자와 가치를 중시하고,
결과가 나오면 그걸 자랑스럽게 여겨도 되지.

근데 당신은 제작팀이잖아?
'감독을 비롯해, 캐스팅한 스태프가 일할 만반의 준비를 했다'고,
'각자의 능력을 완벽하게 발휘할 환경을 제공했다'고 말하라고.
그런 걸 자랑스러워하란 말이다.
패권? 전략승? 그 말대로일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건 굳이 분류하자면 기획팀의 공로잖아.
제작자인 당신 능력과 상관없이 생긴 매출을
당신이 무슨 낯짝으로 자랑스럽게 말하는데?
게다가,
'바보들을 대상으로 한 판매전략'이라고라?
'누가 어느 역을 맡느냐는 상관없다'는 또 뭐고?
팬은커녕 캐스팅마저 깔보고,
안티팬이나 다름없는 소리하면서 뻐기지 마!
앞에 앉은 여자(신인?) 앞에서 의기양양해하는데,
여자가 뜨악해하는 것도 눈치 못채는거냐?
최소한 당신 옆에 앉은 여잔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람을 ○여버리고 싶어졌습니다만?

나라고 딱히 제작자가 성인군자이길 기대한 건 아니고,
'좀 그런' 창작자 얘길 못 들어본 것도 아님.
지금도 작품 자체는 좋아하고, 빌어먹을 제작자 새끼가 개입한 부분은 1%도 없다고 생각함.
하지만 이제 두번다시는 진심으로 즐길수는 없을듯.

집에 두고온 DVD를 팔아치우라고 여동생에게 말했음.
엄청나게 놀라는 여동생의 목소리에,
다시금 '나는 ○○를 좋아했구나' 하고 한숨과 눈물이 나왔음.
고향의 덕질친구들한테 털어놓거나,
아예 확 트위터에 트윗해 버릴까 했지만,

아마 2기(속편)이 만들어질 것 같아서 참는 중.
아무것도 모르고 즐기고 있는 사람들한테 찬물 끼얹긴 싫으니까.
……도쿄 와서 이런 일을 당하리라곤 상상도 못했어……
스튜디오 ○의 ○○는 ○어버려라!

657: 익명@open: 2017/08/06(일) 15:01:41 ID:5wF
마츠?

658: 익명@open: 2017/08/06(일) 15:12:30 ID:LEg
마츠 맞는거 같네.
확실히 그 캐스팅은 '노렸구만' 싶었지ㅋ

하긴 바보소리 들으면 열받지.
그 제작 스태프 놈들도 조심 좀 할것이지.
>>656도 많이 힘들었지.

659: 익명@open: 2017/08/06(일) 15:28:32 ID:oML
스태프가 경솔했던 건 사실이다만...
창작자라고 다 작품에 애정을 갖고 만들란 법은 없고,
그 사람들도 매상을 목적으로 만드는 거니까
과하게 기대하는 것도 좀 그래. 저쪽은 장사중이란 걸 잊지 말아달라고.

젊구만. 어쩐지 청춘이라는 느낌이구만.

뭐, 마츠는 성우진이 안 저랬으면 저렇게까지 잘 팔리진 않았을거 같긴 해.

661: 익명@open: 2017/08/06(일) 16:19:58 ID:M02
야, 아무리 크리에이터가 작품에 대한 애정만으론 안 된다해도 그렇지,
남들 있는데서 주둥이를 나불댄건 너무 경솔한 거 아니냐.
도쿄사람은 이런 면에선 강하네.
난 촌사람이라 다행이야, 쓸데없는 정보가 안 들어오니까.
>>656도 수고 많았음.
내 최애작품도 결국은 돈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게다가 크리에이터는 팬을 모욕하고 있었단 걸 알면 충격이지.
그리고 사실은 이게 본인의 눈에 띄길 바라는거잖아.
자기들 부주의로 얘기가 팬 귀에 들어와서,
그 팬이 얼마나 충격을 받았는지에 대해서.

출처: 새 글타래를 만들것까진 없는 푸념, 고민, 상담 part76(일본어)


이 썰이 백프로 소설이라곤 단언할 수 없는게,
여기서 스태프가 한 얘기
(애니메이션 수익은 작품성보단 성우진으로 결정된다)
는 건, 실은 이미 익히 알려진 업계 현실이거든요.
뭘 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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