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줌마의 해외 익명 막장썰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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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새 글타래를 세우진 않겠지만 하고싶은 말이 많아요 op19(일본어)

513:NoName :2020/11/22(일) 16:20:13
결혼 1년차. 애는 아직 없음. 29살.
남편 회사가 코로나 사태로 급격히 실적이 떨어져,
조기퇴직 희망자를 받기 시작함.
회사에 남아있어 봤자
올해는 보너스도 안 나옴.

남편 직장 여행 관련 업계 회사고,
내 직업 약국 사무 일이라서
남편관 정 반대로 난 바빠졌지만,
그렇다고 딱히 급료가 오른것도 아님.

남편은 조기퇴직 제안에 응해야 할지,
회사에 남아야 할지 계속 고민하는 눈치였음.
남편은 학창시절부터 여행을 좋아해서
직업도 여행업계를 고른 사람임.
내 생각은, '힘들겠지만, 지금은 인내가 필요한 때'라고 보지만,
남편이 어느 쪽을 선택하든 응원할 생각이었음.

다만, 남편한테서 회사 사정(위에 쓴 내용)을
전해들은 게 딱 한번 뿐이고,
그 후 일절 아무 얘기도 안해주고,
내 의견을 묻지도 않는 게 마음에 걸리긴 했음.

"어때? 결정했어?"라고 2번 물어봤지만,
날 노려보면서 아무 대답도 안 하길래
'화제로 삼지 말아줬으면 하는건가' 하고 요즘은 아무 말도 안 했음.

남편도 나도 내년이면 30살이건만,
코로나 사태 이래로 어째 부부생활도 없어져서
이러다 애는 낳을 수 있을지 신경쓰임.
하긴 뭐, 지금은 불임검사 할 겨를도 없지만.

장래에 어떻게 할지 등을 포함해 의논하고 싶은 게 많은데
대화 자체가 성립이 안 되는 상태.

내가 직장에서 돌아와보면,
남편은 자기 담당 집안일만 끝내고 게임 삼매경임.

그러다가 엊그제 일하고 돌아오니

세면대에 내 화장품이 버려져 있었음.
스킨은 죄다 하수구에 흘려보냈고,
로션은 흔들어서 털어낸 것처럼 흩뿌려져 있었음.

튜브에 든 것까지 다 짜내어져 있었음.
여하튼 완전 엉망진창이 된 상태.

깜짝 놀라 남편한테 가서 "저거 뭐야!? 어떻게 된 거야!?"라고 물어보니
"이런 시기에 존나 비싼 화장품 쓰는게 열받아서"라고
게임화면만 보느라 나랑 눈도 안 마주치고
실실 웃으며 말함.

실은 전에도 화장품 가격에 대해 한소리 들은 적 있음.
"왜 굳이 그렇게 쓸데없이 비싼 거 쓰는거야?"라고.
남자들은 모르겠지만, 결코 비싼 기초화장품이 아니라
우리 나잇대 여성들이 일반적으로 쓰는 가격대의 제품임.
참고로 소피나보테(ソフィーナボーテ)를 씀.
(*역주: SOFINA beaute.
최저가는 아닌데, 사치품까진 아니예요...
자기 피부에 맞는거 제돈주고 산다는데.
더군다나 글쓴이는 약국 사무직이니
피부관리도 직업상 어느정도 필요하고...)

그게 남편한텐 "쓸데없이 비싼 거"였던 모양인데,
그게 아니란 건 그때 설명했고,
내 용돈 범위 내에서 구입하고 있음.

그걸 열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이런 짓을 당하니
화장대를 정리하면서 눈물이 계속 남.
그랬더니 내가 우는 걸 감지한 남편이 다가와서
"고작 그정도 가지고 눈물시위 하지 말지?"라고 함.
계속 참던 게 그 한마디에 폭발함.
"자기 갈길 하나 스스로 결정 못 해서 스트레스 쌓였나본데,
애처럼 짜증부리는게 스스로도 안 부끄럽냐!?
남자가 쪼잔하게!"라고 악담을 했음.
그러자 남편 얼굴이 순식간에 일그러지더니
손을 들어올렸고,
'맞겠다!'라고 생각한 순간

"때릴거면 때려보지!!??"라고 대놓고 말했더니
남편이 팔을 내림.
그 이후 오늘까지 피차 한마디 말도 없음.

남편이 스트레스가 심하단 건 이해하겠는데,
자기가 스트레스 쌓였다고 저지른 행동은 이해 못하겠음.

돌이켜보면 남편과의 결혼 생활 중에
제대로 결혼생활로서 기능한 건
총 결혼기간의 절반 뿐이었음.

코로나 탓으로도 못 돌리겠음.
다들 서로서로 도우며 살고 있는걸.

결혼생활 단 1년반만에
남편에 대한 존경심이 완전히 바닥나서
과연 앞으로 이 남자랑 같이 살 수 있을지 의문임.

514:NoName :2020/11/22(일) 17:32:43
>>513
다행이네, 고작 1년 반만에 깨달아서.
더 긴 시간을 시간낭비하는 것보다야 낫잖아.
화장품 가격을 이해 못하는 남자 썰이야 흔하다만,
자기 스트레스를 해소하려고 버리는 건 좀 아니지.
하나를 보면 앞으로 뭔일이 터질지 여러모로 상상이 되잖아.
513은 아직 젊고, 미래도 있어.
지금이 바로 그 남자와 손절할 시기라고 봄.
큰맘먹고 힘내 봐!

515:NoName :2020/11/22(일) 17:50:54
>>513
나도 '고작 1년 반만에.. 다행이네...'했음.
애가 없는것도 다행. 애 생기기 전에 이혼하는 게 좋을듯

다음에 님 물건이 버려지면 사직 찍어둬라. (필름카메라가 디지털카메라나 스마트폰보다 나음)
대화를 녹음하거나, 뭔 짓을 당했는지 (손글씨로) 일기를 쓰는거 추천.

남편이 화풀이로 여러가지 저지를진 몰라도
정작 때가 되면 이혼에 동의 안 할수도 있음.
그러니 증거는 모아둘수록 좋음.
그저께 있었던 일도 적어두는 편이 좋음.

나 같으면 남편이 그 상태일 경우엔
통장이나 인감증명 같은 중요한 건
친정이나 기타 안전한 장소에 옮겨둔다.
님 남편은 이미 제정신이 아님.


517:NoName :2020/11/22(일) 21:46:12
515가 왜 필카를 추천하냐면,
디지털 사진이랑 달리 포샵이 불가능하니
법적 증거로서는 더 강력하거든.
아무래도 당신 남편은 자기만 피해자인 줄 아는 타입인 듯하니
깔끔하게 헤어지려면 증거를 확실히 모을 것.

516:NoName :2020/11/22(일) 18:31:36
저 513입니다. 댓글 고마워요.
속내를 털어놓을 곳이 있으니 참 마음이 든든해지네요.
부부관계도 오랫동안 없었고,
이번 일로 이 남자랑 더는 같이 못살겠고,
'과연 결혼상태를 지속할 이유가 있는가...' 싶어요.
안 쓰는 사람이 보기엔
화장품은 쓸데없어 보일진 몰라도,
그거에 그딴 방식을 취했다는 게
뭐랄까, 실망? 그보단 경멸에 가까울지도.
'다 큰 어른이 어떻게...' 라고 생각해요.
이혼하는 방향으로 진지하게 생각해 보겠음.

출처: 새 글타래를 세우진 않겠지만 하고싶은 말이 많아요 op19(일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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