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줌마의 해외 익명 막장썰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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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지금까지 살면서 엄청 충격적이었던 체험 21번째(일본어)

754: 익명@open: 2018/03/24(土) 14:04:34 ID:VLR
나는 어릴때부터 만화를 좋아해서,
용돈으로 만화책을 많이 모았음.
친구한테도 자주 빌려줬는데, 대개의 경우엔
서로서로 빌려주는 원만한 관계가 유지됐음.
그러다가, 중1때 뻔뻔한 집단이 출현함.

애들한테 빌려주던 만화의 다음편을 내가 못 살 때가 있었음.
다른데 용돈 쓸데가 있거나, 타이밍이 안 맞거나 해서.
그러자 걔네들이 "무책임하다,
발매일에 사서 빌려줘야 되는거 아니냐"
소릴 시작함.

내가 화낼 것도 없이, 다른 친구가 반박해줬지만
"그럴거면 애초부터 빌려주질 말든가.
1권부터 계속 빌려준 이상,
우리한텐 마지막 권까지 빌릴 권리가 있다.
맨 처음 읽는건
(내 이름)쨩이니,
그정도면 구매자로서의 권리는 지켜지고 있는거잖슴?"
이라고 주장함.
무섭게도, 거기에 동조하는 애들까지 나타남.
자기가 정의의 편이라고 믿고 싶은 이상한 애들이랑,
단순히 공짜로 빌리고 싶은 애들이었음.

중심인물은 우리집 근처에 사는 애였는데,
그 부모가 우리집에 찾아옴!
"사놔야 되는 거 아니니, 무책임하잖니, 그게 규칙이잖니?"라고.
우리 엄마가 "그렇게 읽고싶으면 직접 사시죠?"라고 하자
"가진 사람이 있다면 빌려야죠!
중학생끼리잖아요?!"
라는 수수께끼의 논리를 펼침.
바로 그때 아빠가 돌아오자, 황급히 떠나감.

황당해서 아예 무시하다고 있었는데,
내가 다른 만화를 샀다는 걸 알게되자
"다른 만화책을 우선하다니,
그 만화가에게 실례잖아.
우린 팬으로서, 작가님께 말할거야.
'이렇게 무개념인 독자가 있어요'라고."

어디까지나 자기들이 옳다는 양 당당히 말했음.
그리곤, 실제로 그런 내용의 편지를 써 보냈다고 함. 작가한테.
그랬더니

755: 익명@open: 2018/03/24(土) 14:04:53 ID:VLR
놀랍게도, 그 작가한테서 답장이 옴.

봉투에 집주소를 썼던 애가 그걸 학교에 갖고와서,
모두의 앞에서 개봉함.
날 몰아세우는, 공개처형같은 분위기였음.
답장 내용은 요약하자면

편지 써줘서 고마워요.
작품을 읽어줘서 감사해요.
자기가 갖고 싶은 건 자기 돈을 모아서 삽시다.
친구에게 물건을 빌리고 싶을 땐
부탁하는 말을 제대로 하고, 감사인사를 하고,
언제까지 돌려주겠다는 기한을 정하고,
자신도 뭔가를 빌려줍시다.
다른 사람들이 내게 뭔가를 해주는 걸
당연하게 여겨서는 안됩니다.

그런 어른이 되어주셨으면 합니다.

대충 이런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써놨음.

애들 다 모인 앞(다른 반 애도 있었음)이라서
얼어무리지도 못하고, 돌려가며 다들 읽음.
그때의 그 싸해진 분위기는 잊을 수가 없음.
우리 측에서도 "것봐 내가 뭐랬어!!"란 기분은 안 들음.
꽤 인기있어 다들 좋아하는 만화가였고,
'자기가 팬인 유명인에게 꾸짖음당한다, 긍정받지 못한다'는 건
상상도 못하는 나이였으니까.

그 이후, 걔네들은 좀 포기한듯 "아, 됐거든..."하며
이쪽에 접근하지 않게 됐음.
수긍한 건 아닌 모양이지만,
자기들이 옳다고 진심으로 믿고 있었으니 충격이었겠지.

실은, 난 그 만화를 진작에 샀지만,
친구 말고는 빌려주기 싫어져서
일부러 안 빌려주고 있었음.
그거에 약간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는데,
그 만화가의 편지로
'빌려주기 싫으면 안 빌려줘도 되는거구나'하고 안심했음.
뭐랄까,
'생판 남인 어른이 이렇게나 힘이 되는구나!'
'학교 선생님하곤 달리, 옳은 소릴 해주는구나!'
라고.
미래가 약간은 밝게 느껴진 사건이었음.

756: 익명@open: 2018/03/24(土) 14:05:20 ID:VLR
그러고 얼마 후, 학교에서 행사가 열렸는데,
'빌려줘라 파'의 엄마들 몇명이 우리 엄마랑 마주쳐서
그때 일로 구시렁구시렁 불평함.
그 때 아빠가 옆에 있다가
"바로 저기 서점에서 몇백엔에 파는데요?
왜 그렇게까지 안 사는데요? 벌써 반년째잖아요...
뭐랄까... 대단하시네요..."
라고 빤히 보면서 말하자
"빌리면 되는데 왜요!" 라면서 가버림.

'빌려주라 파' 애들은 나 말고 다른 애들 중에
만화 좋아하는 애한테 달라붙어 졸라서
만화책을 빌리기 시작했다만, 중3때
빌린 책을 또 남을 빌려줬다가 잃어버리거나,
빌려놓고 안 돌려주는 짓을 여러번 저질렀고,
빌려주던 애의 부모가 그걸 문제삼아서 좀 난리났었음.

757: 익명@open: 2018/03/24(土) 15:12:15 ID:pFy
>>756
대체 애를 어떻게 키웠길래 거지근성이 생기지?
수치심이나 윤리의식이 없는듯

758: 익명@open: 2018/03/24(土) 19:27:45 ID:wXl
착한 만화가님이시구나.
롤모델이 되는 어른과 편지를 통해서나마 연이 닿아서 다행이구나.

760: 익명@open: 2018/03/25(日) 09:43:47 ID:DKB
>>756
그 만화가 이름이 궁금해~
점프 계열이야?

764: 익명@open: 2018/03/25(日) 17:14:04 ID:jy6
756임다. 답글 감사.

여긴 익명게시판이니 작가명은 쓰지 않겠습니다만...
당시 하쿠센샤에서 연재하던 여성 만화가입니다.
지금도 만화를 그리고계세요.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765: 익명@open: 2018/03/25(日) 17:41:15 ID:5J4
>>764
하쿠센샤의 만화가라...
예상컨데 히다카 반리 선생, 타카야 나츠키 선생, 마츠시타 요코 선생, 나카무라 요시키 선생 정도?
나 개인적으론 나카무라 요시키 좋아해서 지금도 책 모음ㅋ

766: 익명@open: 2018/03/25(日) 18:05:17 ID:DKB
카와하라 이즈미인가 했음ㅋ
20년쯤 전의 하쿠센샤라, 그립네.

767: 익명@open: 2018/03/25(日) 23:06:27 ID:KMR
>>765
마츠시타 요코라면 있을법 한 얘기임ㅋ
'어둠의 후예' 단행본이었나?
'무례하지 않게 팬레터 쓰는 법'을 후기만화로 그린 적 있는걸로 기억함.

768: 익명@open: 2018/03/26(月) 12:01:17 ID:hGk
이 사람이다, 저 사람이다 하면서 만화가 이름 꺼내지 마,
만화가한테 피해가 갈수도 있잖아.
주작썰 같은데 진지빨긴.

출처: 지금까지 살면서 엄청 충격적이었던 체험 21번째(일본어)

호의가 계속되면 권린줄 아는 게 인간 속성이긴 한데, 그걸 자기 자식한테 가르치면 안되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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