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줌마의 해외 익명 막장썰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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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지금까지 살면서 매우 충격적이었던 경험 206번째(일본어)

4: 지나가던 익명: 2021/06/26(토) 16:37:05.95 ID:mdZxfmob
까마귀가 은혜갚기(?)한 경험 있음.

우리집 바로 옆에는 큰 밭이랄까, 토지가 있는데.
거기에 콤포스트(음식물과 흙을 넣어 퇴비로 만드는 통)를 둠.
거기에 음식물 쓰레기를 던져넣는데,
냄새맡고 몰려온 까마귀들이 자주 뚜껑 열고 음식물 쓰레기를 뒤짐.

흩어진 쓰레기는 대충 흙째로 퍼서 다시 넣으면 되니까 큰 피해는 없고,
넓은 토지라서 이웃이 항의하지도 않는다만,
아침부터 온 사방에 흩어진 쓰레기를 보면 좀 피곤함.

그래서 밭에서 까마귀를 볼 때마다, 우리 애(3살)와 같이
"굿모닝~"하고 말을 걸면서
"쓰레기 뒤지는 건 괜찮은데, 주위에 흩어진 건
도로 주워넣든지, 가져가든지 하렴"이라고 말하곤 했음.
그랬더니, 진짜로 쓰레기가 흩어져 있는 경우가 줄었음.
쓰레기 뒤지는 거 자체는 딱히 상관 안 하니까
"치워줘서 고마워~"라고 말하며, 어쩐지 친해진 느낌이었음.

그러던 어느 날, 아이랑 마을 공원에서 놀고 있었음.
콧물 닦아주려고, 아이더러 기다리라고 하고
휴지를 가지러 가방 쪽으로 갔음.

애랑 나 사이에 울타리로 둘러쳐진 모래사장이 가로막고 있는 상태.
주위에 사람도 없겠다,
고작 몇미터 떨어졌을 뿐이니 시야 안에 들어온다고 방심했음.
가방에 막 손을 대는데, 개 짖는 소리가 크게 들렸음.
뒤돌아보니 소형견이 맹렬한 속도로 아이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음.
반사적으로 애 이름을 외쳤지만
아이는 그 자리에 얼어붙어선, 울진 않지만 도망도 못 감.
황급히 되돌아가려고 뛰기 시작했지만,
울타리를 빙 돌아야 하는 나보다 개가 훨씬 빨랐음.


5: 지나가던 익명: 2021/06/26(토) 16:39:48.33 ID:mdZxfmob
그 자리에 못박혀 못 움직이는 우리 애한테
코앞까지 다가온 개가 위협하듯이 으르렁댔음.
내가 필사적으로 달려가는 중,
"아~~!", "갸~~!"하는 걸걸하고 우렁찬 외침이 울려퍼지면서,
개에게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졌음.
직후 "깨갱!" 소리가 들렸을 때,
비로소 나는 아이를 안아들었음.

나도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그대로 도망치면 될걸, 뛰어가서 가방&흩어진 소지품을 챙겼음.
그러곤 개 쪽을 봤더니,
날개를 활짝 펼친 까마귀들
개를 위협하거나, 상공에서 힘차게 낙하공격?을 하고 있었고,
개의 비명소리, 까마귀가 위협하는 소리,
바람을 가르며 푸득푸득하는 날개 소리가 뒤섞여서
개판... 아니 까마귀판이었음.

순간적으로 어떻게 도망칠까 고민하다가
눈 앞에 있는 모래밭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
입구를 닫으니 그제야 마음이 놓였음.
아이는 등에 업혀있고, 소형견이라면 울타리를 못 넘겠지.
"이제 괜찮아!"라고 까마귀들에게 말하자 푸드덕~하고 일제히 날아올랐고,
개는 여전히 하늘을 향해 경계태세였음.


6: 지나가던 익명: 2021/06/26(토) 16:41:21.94 ID:mdZxfmob
잠시 후 주인이 달려와 개를 붙잡곤 엄청나게 사과했음.
다친것도 아니니까 "다음부터 조심하세요"라고만 하고 말았는데,
자세히 보니 개는 여기저기 피가 배어있어서 '까마귀들이 엄청 진심이었구나'라고 느꼈음.

어느 까마귀인지 구분이 안 가니까,
공원에 아직 남아있는 까마귀들&돌아오는 길에 본 모든 까마귀들에게
감사인사를 하면서 집에 갔음.
물론, 이후에도 인사는 계속하고 있음.

7: 지나가던 익명: 2021/06/26(토) 23:09:30.74 ID:sylYNUEB
훈담이네~

8: 지나가던 익명: 2021/06/26(토) 23:38:40.00 ID:L9Su3dI/
실제로 맞지는 않았지만 뭐 휘둘러서 쫒아냈더니
복수당했다는 얘기는 자주 듣지만,
역시 까마귄 머리가 좋네.
생긴게 까맣고 어중간하게 커서 그렇지,
친해지면 어느정도 의사소통이 된다는 면에서
사람이 키울만한 동물이라고 봄.
나 개인적으론 큰부리까마귀가 넘 귀여움.

큰부리까마귀(출처: 위키백과)

10: 지나가던 익명: 2021/06/27(일) 00:19:18.09 ID:2OcOws2e
까마귀 키우고싶어...

9: 지나가던 익명: 2021/06/27(일) 00:04:48.48 ID:JNYrTc2q
까마귀는 지능이 인간 아이 3살이랑 비슷하대잖아.
호의적으로 인사하거나, 부드럽게 천천히 "○○하면 안돼~"라고 말하면
말뜻을 알아듣는 유일한 야생동물 아닐까.
이건 그냥 내 생각이다만.

우리 애가 말을 시작했을 때, 자주
"꺄아~"나 "아앗~" 하면서 손을 흔들었는데,
까마귀들이 그 목소리를 흉내내더니
나중엔 이게 까마귀 소린지 우리 애 소린지 구분이 안 갈만큼 똑같아졌음.
얼마 후엔 마당에서 애와 까마귀가 술래잡기를 하게 됐고,
동료 까마귀들이 높은데서 빙 둘러싸고 지켜보는게,
뭔가가 소환될 것 같은 분위기였음ㅋ

둥지틀고 새끼 키우는 중인 까마귀가 아닌 이상에야
웬만하면 공격 안 함.

107: 지나가던 익명: 2021/07/04(일) 12:30:51.91ID:fmiVf7Gi
>>9
까마귀는 아기고양이 눈알도 파먹음.
머리가 좋은 탓에, 먼저 공격당하지 않는 한은 인간을 적으로 삼지 않는걸지도.
무서워.

출처: 지금까지 살면서 매우 충격적이었던 경험 206번째(일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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