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줌마의 해외 익명 막장썰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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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 익명: 2015/09/12(土) 22:49:02.01
요번 홍수피해 뉴스 보고
2000년 호우로 피난갔던 경험이 생각났음.
그 날도 9월 11일이었지.
미국 동시다발 테러도 그렇고, 이번 홍수도 그렇고.
9/11은 뭐가 있는 날인가 싶음.

출처(일본어): 지금껏 겪어본 최대의 아수라장 No.117 [불펌금지]©2ch.net

2000년 그날은 친구들과 바비큐 파티 하기로 한 날이었음.
아침부터 날씨가 나빴지만, 꽤 오래전부터 계획한 거라
의논 끝에, 결행하기로 했음.

바베큐 파티는 다리 밑 강가에서 오전부터 시작했는데,
역시나 날씨는 나쁘지, 비는 점점 더 거세지지.
그러다가 발밑의 자갈에서 물이 스며나오기 시작하고
강 수면은 가까이 올라옴.
이건 가망이 없다고 판단해서 철수했음.
다들 흠뻑 젖어서 가장 가까운 친구 집에 피신해
옷 말리고, 게임하고, 남아있는 식량을 먹었음.
그 와중에도 밖에선 엄청난 빗소리가 들려서
불길하단 느낌을 받긴 했음.

18시쯤에 빗소리가 좀 잦아들어서
"그럼, 이 틈에 집에 가자"하고 해산했음.
각자 돌아가는데, 시가지가 여기저기 침수돼 있어서
별 경각심 없이 "난리났네~"하고 바라보면서
혼자서 차를 운전중이었음.

152: 익명: 2015/09/12(土) 22:50:06.45
우리 집은 거기서 고속도로로 1시간 정도의 거리.
그날도 IC를 향하는 국도 41호선에 올랐음.
시내에선 침수된 길을 피해다니다가 좀 시간이 걸렸지만
41호선은 뻥 뚫려있었음. 그래서
"국도변에서 요깃거리나 하고 갈까?"하고
주차장에 들어서자마자 비가 양동이로 퍼붓듯 내리기 시작함.
식당에 후다닥 들어가 30분쯤 식사하고 차에 돌아오니
41호선은 방금 전까지의 흐름이 거짓말인 것처럼 꽉 막혀있었음.

거기서부터 길이 엄청 막혀서 속수무책이었음.
IC가 코앞인데 교통체증 행렬은 지지부진.
나는 마음이 급해져서, 국도를 나가서 뒷길로 가기로 함.

남쪽으로 내려가서 강 위의 다리를 건넜는데
비가 억수같이 쏟아져서 앞이 잘 안 보이는 와중에도
평소같으면 상상도 못할 만큼
강 수면이 가까워진 게 보였던 기억이 남.
나중에 안 건데, 내가 지나가고 얼마 후에
그쪽 둑이 무너져서 상당한 피해가 났다고 함.

교통체증을 피해 샛길을 찾아다니면서
느릿느릿 운전하고 있는데
중간에 반지하 가전제품 가게가 침수되는 걸
점원이 필사적으로 물을 퍼내고 있고,
주택지 도로가 침수돼서 주민들이
다른 길로 돌아서 가라고 교통정리 하는 등
비상사태임이 느껴졌음.

153: 익명: 2015/09/12(土) 22:50:46.04
그래도 어찌어찌 앞으로 나아가, 자정쯤엔
우리 집까지 10km쯤 남은 데까지 도달했다만
거기서부턴 교통체증는 완전히 정체돼서 전혀 앞으로 안 나가짐.
이것도 나중에 안 거지만, 거기서 수백m 떨어진 데서
강물이 넘쳐서 이 또한 상당한 피해가 났다고.
하지만, 당시의 나로선 그런 정보를 얻을 길도 없었고
그때까지 반나절 이상 느릿느릿 운전한 탓에
한계까지 피곤해져 있었음.

얼른 집에 가서 목욕하고 자고 싶은 심정에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음.

큰 길을 벗어나 주택지에 들어가
조금이라도 앞으로 가 보겠다고
침수상태인 교차로를 가로지르려 했음.
거기가 보기엔 별로 안 깊어 보였는데,
상상 이상으로 깊었던 거임.

교차로 중간까지 나아간 시점에서 속도가 확 줄어들더니,
미터기 주위의 경고등이 일제히 빛났다고
느낀 순간, 엔진이 멎었음.
이때 머플러를 통해 엔진 내부에 물이 들어갔던 걸테지.
그 다음부턴 아무리 밟아도
엔진이 꺼져서 다시는 안 움직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데
그 와중에도 비는 더 거세지고,
깨닫고 보니 사이드윈도 바로 밑까지 물이 차올라 있었음.
발밑을 보니 차 바닥에서 서서히 물이 올라오고 있었음.
그리고, 차가 물에 뜬 채 조금씩 떠내려가고 있단 걸 깨달았음.
이때 처음으로,
'혹시 이대로라면 죽는 거 아냐?'
란 생각이 들었음.

차를 버리고 도망가기로 결정하고, 웃통을 벗어서
셔츠&젖으면 안되는 것들을
편의점 비닐봉투에 넣고
문을 열려고 시도했음.

154: 익명: 2015/09/12(土) 22:51:24.12
흔히들 '자동차가 물에 잠기면 차 문이 안 열린다'고들 하잖아?
다행히 아직 문은 열려서 나왔지만
문을 연 순간, 차 안으로
흙탕물이 엄청난 기세로 흘러들어와
물에 떠 있던 차가 순식간에 땅에 가라앉음.
문을 닫아보니 다시 차가 물에 뜨기 시작했지만
이대로 교차로 한가운데 방치할 수도 없었음.
다행히도 물에 떠있으니까,
물에 허리까지 잠겨 가며 길 끝까지 밀어놓고
근처 아파트 계단으로 몸을 피했음.
갖고있던 수건으로 몸을 닦고, 셔츠를 다시 입은 후
부모님과 친구들에게 핸드폰으로 연락하는데
방금 전까지 있었던 큰길을 소방차가 지나가면서
"이 지역에 대피권고가 발령되었습니다"라고 안내방송함.

길까지 터덜터덜 걸어가보니
길가에 소방단 같은 분이 서 계시길래
"이 지역 주민은 아니지만, 대피소 사용 가능한가요?"
라고 물어봄. 그 분은 괜찮다면서,
근처 초등학교 강당이 피난소라고 안내해 주셨음.

걸어서 대피소에 도착.
새벽 1시 넘었는데 강당은 피난민들로 가득 차 있고,
운동장은 물에 잠겨 무슨 바다같았음.
대피소 입구에선 캔 음료수와 건빵을 배포중이었음.
나는 그 지역 주민도 아니라서 사양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받았음.

155: 익명: 2015/09/12(土) 22:52:02.97
체육관 중간쯤에 빈 칸을 발견하여
거기서 아침까지 쉬게 됐지만
대피소에서 나눠주던 담요는 품절됐지,
온 몸은 흠뻑 젖었지... 절망중이었는데
바로 옆 칸에 피난온, 어린아이 둘을 둔 부부가
"우린 가족 4명이서 3장이면 충분하니까요"라며
담요를 한 장 나눠줌. 진짜로 눈물나게 고마웠음.
물에 젖은 셔츠와 바지를 즉시 벗고
팬티 한장만 걸친 상태로 담요 덮고 누웠음.
피곤해서 그런지 딱딱한 바닥도 별로 신경 안 쓰였음.
아침 6시쯤까지 잤음.

깨어나 보니 비는 그쳐 있었음.
담요를 나누어 준 일가족은
아직 주무시는지라 말을 걸진 않고
담요를 개고, 두 손 모아 감사인사를 하고
젖은 옷을 다시 입고 방치했던 자동차로 돌아갔음.
하지만 흙탕물에 젖은 옷을 다시 입는다는 건
몸도 마음도 지친 상태에선
정신적 확인사살임을 마음속 깊이 통감했음.

156: 익명: 2015/09/12(土) 22:52:33.01
가면서 아버지에게 연락해
마중나와 달라고 부탁하고
자동차 있던 곳에 와 보니,
물은 빠져 있었지만
어젯밤 방치해뒀던 데에서 추가로 더 떠내려간 듯,
또 도로 한가운데쯤에 이동돼 있었음.
문을 열어보니 차 안에서 흙탕물이 흘러나옴.
진흙 자국을 보면 대시보드 위까지 물에 잠겼던 듯했음.
밑져야 본전이라고 키를 돌려봤음. 당연히 시동은 안 걸렸지만
배터리는 살아 있고 계기판에 불이 들어옴.
창문을 활짝 열고 나니 배터리도 임종함.
조금이라도 길 끝에 대려고 문을 열고 밖에서 핸들을 잡아
필사적으로 밀고 있자니, 지나가던 사람이 몇 명씩이나 도와줌.
감사인사를 하고 헤어진 후, 이번엔 차내에 남은 물을 긁어내는 작업.
차 안에 뒀던 작은 쓰레기통으로 긁어내는데, 잘 안 됨.

그러다가 아버지한테서 전화 옴. 근처까지 오셨다고.
길거리에 나와서 합류함.
평상시 같으면 우리 집에서 30분도 안 걸렸을텐데,
그때는 강물이 범람해 아침까지도 못 건널 상태라
막히는 길을 끝없이 우회하다가 3시간이나 걸렸다고.
아버지가 갖다준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으니
약간 기분이 나아졌음.

아버지 차와 내 차를 견인 밧줄로 연결해 집에 돌아가기 시작함.
내 차 운전석에 앉으니 시트에 배인 흙탕물에
모처럼 갈아입은 옷이 또 젖어서
올라갔던 기분도 다시 다운됐음.

157: 익명: 2015/09/12(土) 22:53:26.17
자동차는 배터리가 죽으면
파워 스티어링도 브레이크 어시스트도 안 먹히므로
핸들과 브레이크가 엄청 무거워져서

운전에 필요한 팔다리 힘이 급상승함.

게다가 도로엔 간밤의 비로 작동을 멈춘 자동차가
여기저기에 방치돼 있어서,
그걸 다 피해서 운전해야 했음.

게다가 에어컨도 안되고,
유리는 계속 뿌얘지는데 와이퍼도 작동 안 됨.
나는 흙탕물 범벅인 상태로,
좁은 커브길에서도 차가 견인되도록

필사적으로 핸들을 조작했음.

확인사살이라도 하듯, 또 비가 오기 시작함.
근데 자동차 창문이 수동이 아니라서
지금은 못 닫음.
몸의 오른쪽 절반이 서서히 푹 젖음.

그 상태로 2시간에 걸쳐 집 근처 자동차 딜러에 도착.
차를 맡겨놓고, 아버지 차에 동승해서 집으로 돌아감.
만난 엄마의 첫마디: "아이고 냄새!"
그 한마디에 버티던 마음이 무너졌음.
그대로 목욕하고, 저녁까지 죽은 듯이 잤음.

진짜 힘든 경험이었어.

160: 익명: 2015/09/12(土) 23:05:54.40
재밌었어. 자동차는 유감이지만, 목숨은 건져서 다행이네.

161: 익명: 2015/09/12(土) 23:11:48.77
>>160
감사.
차는 당연히 완전 못쓰게 됐지만,
차량보험이 적용돼서
다음 차 계약금쯤은 충당함.

162: 익명: 2015/09/12(土) 23:12:51.84
고생 많으셨음.
무사하니 다행.


163: 익명: 2015/09/12(土) 23:22:33.91
>>162
감사.
그런 경험을 하고 나니, 홍수피해 뉴스가 남의 일 같지 않음.
피해지역 분들은 무리하지 않을 정도만큼 힘내시길.

출처: 지금껏 겪어본 최대의 아수라장 No.117 [불펌금지]©2ch.net(일본어)

기후변화 다큐멘터리입니다. KBS 제작.

온실효과

극지방과 적도간의 온도차가 적어짐

공기 순환이 덜 일어남

같은 공기덩어리가 오래 정체

극단적인 날씨가 되기 쉬움

이라더군요.

숲이 고온에서는 산소를 내뿜긴커녕 되려 산소호흡을 한다는데
벌써 그럴 수준까지 온실효과가 진행됐다 하고요.

사막을 숲으로 개간해내는 분야에선
중국이 독보적이죠.
그 이상으로 온실가스를 내뿜어서 문제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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