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줌마의 해외 익명 막장썰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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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아수라장◇part78(일본어)

483: 익명: 2009/08/04(火) 12:35:22 ID:GLKWwpgvO
뉴스에서 스토커 사건 보고 생각나서 씀.

알바하다가 만난 2살 연상 남친과
사귄지 약 1년쯤 되는 시점이었음.
둘 다 인생 처음으로 직장인이 되어,
바쁜 스케쥴에 쫒기는 와중에도 서로를 격려하며 노력했음.

내가 취직한 직장은 굳이 따지자면 약소하지만
사이좋게 노력하는 가난한 가족같은 분위기였음.
입사한지 반년이 지나,
점차 다양한 업무가 나한테 맡겨지게 됨.

근데, 연수기간 동안 신세를 많이 진 상사가
그 시기부터 상태가 좀 이상해짐.
"고민거리는 없나?"라는 걱정에서 시작해
"나한테 상담해도 돼!"라고 몇 번이고 말함.
종내는 나한테 고민이 있는 게 틀림없다고 단정짓고
"단 둘이 술 마시러 가자" 집요하게 권유함.
아무리 거절하고 거부해도,
그걸 그냥 예의상 사양하는 거라고 받아들이는
상사(40대 독신)가 섬뜩했음.

결국은 사장이 상사에게 주의를 줄 정도로 문제시됐는데도
여전히 끈질김. 업무에 지장이 갈 정도.
결국 상사는 해고됨.

남친한테도 상담해 봤지만
"아이고ㅋ 이보소 아재요ㅋ"란 식의 반응.
"난 진짜 스트레스거든?!"하고 화내기도 했지만,
점차 나도 별 신경 안 쓰게 됐음.

484: 익명: 2009/08/04(火) 12:36:19 ID:GLKWwpgvO
상사가 잘리고 석 달쯤 지난 어느 날,
남친이 내 아파트 자취방에 오게 됨.
평소엔 도어체인까지 걸어놓지만,
남친이 오는 날만은 문만 잠그고 체인은 안 걺.

근데 그 날은 평소 하던 버릇대로
문을 잠근 후 체인도 걸었음.
남친이 올거니까 체인을 막 풀려는 순간,
이상한 냄새가 난다는 걸 깨달음.
그 냄새는

조미료 계열 냄새였음.

'아침에 밥할 때 냄새가 남아있나? 환기해야겠다'
체인은 걸어둔 채, 방에 불을 켰음.
이불이 눈에 들어온 순간, 난 비명을 질렀음.
귀찮아서 이불을 안 개고 계속 깔아뒀는데
이불이 새까매져 있었음.
주변엔 간장, 맛술 등의 조미료 용기가
텅 빈 채 나뒹굴고 있었음.

그 비정상적인 광경이 너무나 무서워서
밖으로 나가려 했지만, 다리가 풀려 못 걷겠음.
현관까지 기어가자, 바로 그 때 바깥에서 열쇠가 찰칵 돌아감.

순간 안심했음. '남친이다!'
근데 체인이 걸려있는 문을 힘차게 열어젖히더니
몇 번이고 쾅! 쾅! 쾅! 쾅!하고
난폭하게, 힘으로 문을 열려고 시도함.

'어? 남친 맞지?'하면서 떨고 있는데,
문틈으로 사람이 얼굴을 내밀음.
해고당한 상사였음.
(먼 곳으로 이사갔다고 들었었음)

485: 익명: 2009/08/04(火) 12:37:47 ID:GLKWwpgvO
비명을 질렀을 거임. 아마도.
온 몸이 얼음물에 잠긴 것처럼 싸늘해졌음.
'까매진 이불도 무섭지만, 차라리 그게 낫겠다!'
근데 몸이 굳어서 안 움직임.
난 패닉에 빠져있고,
전(前) 상사는 완전 진지한 얼굴로 "어째서야?"라고 함.

"왜 이러는데. 왜 들여보내주지 않는데.
얼른 집에 들여보내 줘.
지금도 좋아하니까 걱정 마.
사랑하니까. 그래서 이러는거야.
그저 보고 싶었을 뿐이라고.
용서해 주려고 온 거야. 용서해 줄건데...
또 날 화나게 해서 혼나고 싶어?"


옛 상사는 사람을 빤~히 쳐다보면서
진지하고 담담하게 말했음.
육반야(肉般若)*를 방불케 했음.
(*역주: 일본 인터넷 괴담. (링크)
남의 집에 쳐들어와놓고
시종일관 그게 당연하다는 표정이었으며,
경찰과 가족도 침입자에게 설득당해
글쓴이가 초대한 걸로 치부했다는 내용.)


나는 아무 생각도 못 하겠어서
그저 "잠깐, 잠깐만"만 반복했음.
그러자 그게 맘에 들었는지,
전 상사는 "기다려줄게"라며 문을 닫음.

상사의 얼굴이 시야에서 사라지고 나서야
난 겨우 조금이나마 침착함을 되찾고
남친에게 전화했음.
경찰은 머릿속에 안 떠올랐음.
그저 필사적으로 '좀 있다 남친이 올 거니까,
알려줘야 해!'
했음.

남친은 즉시 전화받음.
빨리 알려주게 돼서 안심하는 동시에
남친이 전화를 바로 받을 수 있는 상태란 사실에
겁을 먹어버림.

우리 아파트엔 주차장이 없어서
남친은 근처 다른 주차장에 주차하고 걸어서 옴.
즉, 남친이 바로 전화를 받을 수 있다는 건
걸어오고 있다는 뜻임.

487: 익명: 2009/08/04(火) 12:42:10 ID:GLKWwpgvO
나는 어쩔 줄 몰라 불안해하며 남친에게 상황을 전달했음.
"지금 그 상사가 와 있어.
위험할 것 같으니 오면 안 돼. 제발 오지 마."

그러나, 남친은 위기감이 전혀 없음.
"그 아재도 참, 이제와서ㅋ"로 끝. 사람 말을 안 들음.
난 울면서 "오면 위험하다"고 그러는데
남친은 "주차장에서 나왔어~"라고.

'3분쯤 후면 남친이 도착해버릴거야!
어쩌지? 어쩌지?'
하는데 초인종이 울림.
엄청 놀랐지만, 나는 바보같게도
'이미 상사는 갔고, 남친이 도착했을지도!'
라는 묘한 기대를 품었음.
그러나, 현관문 구멍을 통해 보이는 사람은 여전히
진지한 표정으로 버티고 서있는 옛 상사였음.

저도 모르게 남친에게 "무서워! 도와줘!"라고
아까까지랑은 반대되는 소릴 외치자
"괜찮아 괜찮아ㅋ 지금 갈께~?ㅋ"
라면서 전화가 끊어짐.
그리고 이번엔 초인종이
딩동딩동딩동하고 연타당함.

'남친이 칼이라도 맞으면 어쩌지!?'라는 생각
+집요한 초인종 소리에 겁먹어버려서,
나는 그저 혼란상태로 "악~!!!"하고 비명지름.

그러자, 초인종이 멈추고,
그와 동시에 웃음소리와 신음소리가 함께 들려옴.

488: 익명: 2009/08/04(火) 12:43:03 ID:GLKWwpgvO
웃음소리는 남친의 목소리였음.
"자기야~ 괜찮아~ㅋ 안심해~ㅋ"
신음 소리도 들렸지만, 그래도 나는 안심했음.
남친의 몸이 걱정되긴 했지만.

"자기야~ 문 안 열어도 되니까
내 얘기만 들어봐~?
이제 진짜로 괜찮아~ 아저씨 붙잡았어~
울어~? 괜찮아, 안심하고 울어도 돼~"

라고, 남친이 문 너머로 계속 말을 걸었고
15분 후, 경찰이 와서 상사를 데려갔음.
"괜찮으세요? 이제 안전합니다.
당신이 무사한지 확인 좀 할게요."

라는 경찰관 말에, 울면서 떨리는 손으로 체인을 풀었고,
밖에는 군기가 바짝 들어간 경찰관과
여전히 웃는 얼굴의 남친이 있었음.

이후, 상사는 정신병원에 입원했다고.
위해는 가하지 않았으니 체포가 불가능했을지도...?

자세한건 듣기 싫어서 안 물어봤음.
남친과 경찰관 분들이 "앞으로는 괜찮을거다"랬으니, 믿으려고.
안일한 태도일지도 모르지만, 남친과 경찰들이 하는 말이라면
그 자체만으로도 어느 정도 안심이 됨.

491: 익명: 2009/08/04(火) 12:45:59 ID:hisVIf7F0
끝까지 견뎌서 ID: GLKWwpgvO를 지켜낸
아파트 도어체인의 공로에도 감동했어.

492: 익명: 2009/08/04(火) 12:49:04 ID:GLKWwpgvO
상사는 해고되기 전에 서류에서 내 주소를 알아내,
열쇠는 철사?로 조금씩조금씩 맞춰나가 만들었다고 함.
내 자취방에 침입해 내 이불에서 자고,
흥분이 가라앉지 않아 그런 짓 해놓고
일단 도망쳤다가 다시 돌아오는 길이었대요.
'내가 조금만 더 늦었다면...?
도어 체인을 안 걸었다면...?'

하고 생각하면 지금도 무서움.

당시 남친은 전화로 횡설수설하는 내 말에서
단어 마디마디로 상황을 간파하고
일단 전화를 끊은 뒤, 즉시 경찰에 신고하고
경찰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달려왔다고.
남친이 웃는 목소리를 낸 이유는
단순히 상사가 이상해서 웃겼던 거랑,
(어째선지 바지를 살짝 내려 엉덩이의 절반이 보였다네요),
나를 조금이라도 안심시키기 위해서였다고.

남친 왈, "만의 하나의 경우에 확실히
자기랑, 장래에 태어날 아기를 지킬 수 있도록
트레이닝도 하고, 호신술(?)도 몰래 배웠어"
래요.
'반드시 지키겠다!'고 마음먹었으니
상대편 아재를 붙잡아 억눌러 제압할 때
전혀 안 무서웠대요.

전화통화도, 별 위험 아니라고 여긴게 아니라
절 안심시키고 싶었기 때문이래요.
경찰관에게 다소 혼나긴 했지만,
이 사람과 평생을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진심으로.

아수라장이란 말뜻관 좀 다를진 모르지만,
이 사건이 제게 있어선 아수라장이었습니다.

출처(일본어): ◇아수라장◇part78

493: 익명: 2009/08/04(火) 12:51:12 ID:lUdvgsvX0
고생하셨어요.
이불값이랑 합의금은 받으셨음?

495: 익명: 2009/08/04(火) 12:52:53 ID:G4DJ7aofO
남친 낙천적이다...ㅋㅋ

496: 익명: 2009/08/04(火) 12:53:09 ID:vzR8MZFp0
>>ID: GLKWwpgvO
진짜 고생 많으셨어요.
싸이코 스토커 아재 무서워어어어((((;゚゚ДД゚゚))))후덜덜덜러덜

남친이랑 행복하시길

497: 익명: 2009/08/04(火) 12:54:38 ID:G4DJ7aofO
수고염. 남친도 수고.
진짜, 합의금 받을 껀수네

498: 익명: 2009/08/04(火) 12:54:42 ID:T+1eUPrG0
썰 풀어주셔서 감사. 심장 쫄깃했음ㅋ
무사해서 다행. 남친이랑 행복하시길~

500: 익명: 2009/08/04(火) 13:07:10 ID:AYFtbQbZ0
궁뎅이는 또 왜 반쯤 내렸는데ㅋ

501: 익명: 2009/08/04(火) 13:08:34 ID:6w/7JT8n0
>>500
문 열면 바로 달려들 수 있도록 준비해두자~ㅋ

502: 익명: 2009/08/04(火) 13:09:36 ID:hisVIf7F0
>>500
> 나는 아무 생각도 못 하겠어서
> 그저 "잠깐, 잠깐만"만 반복했음.
> 그러자 그게 맘에 들었는지,
> 전 상사는 "기다려줄게"라며 문을 닫음.
이거겠지.......
지 딴엔 "기다려주는" 거임. 성(性)적인 의미로.

503: 익명: 2009/08/04(火) 13:20:43 ID:M1bd24790
너무 무셩 (((((;゚Д゚))))
현관문 체인 덕에 살았네. 다행이야~
남친 멋지다~

506: 익명: 2009/08/04(火) 13:38:29 ID:+H/Abdia0
남친 진짜 멋지다!
절박할 때 그 반응은 역효과라 본다만ㅋ
큰 일 없어서 다행이야. 행복하시길.

출처: ◇아수라장◇part78(일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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