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줌마의 해외 익명 막장썰 번역

티스토리 뷰

야해서 15금이 아니라,
고어해서 15금입니다.

링크: 원작소설, 웹툰

1. 줄거리
:를 장황하게 소개할 수도 있겠지만!
그냥 스토리가 주는 느낌만 쓸게요.


옛~날에 들은 팟캐스트에서
(아마 탈덕방송 후라이1~2기쯤이었던 거 같은데)
어느 한국인 중견만화가가 한 말이 나왔더랬습니다.

자기 작품 주인공을 대차게 굴린 그 분에게
"이런 만활 그리려면 얼만큼 S여야 되나여ㅋㅋㅋ"
(사석에서, 물론 농담조로)
랬더니, 의외로 진지하게
"S가 아니라 M이어야 이런 만화가 나옵니다.
나는 곧 주인공이고,
내가 고통받는 이야길 자아내는 거죠."
란 대답이 돌아왔다고요.

이 소설을 읽고 있자면 어쩐지 그 말이 떠오르더군요.
소소리(해던못 작가)는 엄청난 마조히스트겠구나 싶어요.

회귀물인데도 로또번호 외워뒀다가 꿀 빨기는커녕
매번, 지키고 싶은 것들을 하나도 못 지키고
무력하게 유다희랑 미팅합니다.
애초에 그 회귀가 무한회귀인 시점에서
달달한 회귀는 아니죠...

똑같이 마조히스트적이신 독자시거나,
아니면 반대로 사디스트 성향이 좀 있으셔서
구르는 주인공을 한걸음 뒤에서
실실 웃으며 지켜보고 싶은 독자분들에겐
이 소설은 그야말로 무한으로 즐기는 갈비 고통입니다.

2. 문체
: 요즘 웹소답잖게 풍경묘사 등등을
(장황할 정도까진 아니지만, 안 빼놓고)
하고 지나가는데,

그럼 필연적으로 웹소설적 호흡이 깨지죠.
그걸 작가는 문장 하나하나를 툭툭 끊는 방식으로 해결했습니다.

다른 소설 같으면

저 자가 바로... 마왕 보티스의 유일한 부하이자, 126화의 전설적인 베댓!
'까막눈' 아이작이란 말인가...!

일 것이, 해던못에선

저 자가 바로.
마왕 보티스의 유일한 부하.
126화의 전설적인 베댓.
'까막눈' 아이작.

입니다.
(예시는 그냥 제가 지어낸 겁니다)

이런 문체가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적어도 저한텐 좋았어요.
줄바꾸기 수준이 아니라 아예 온점을 찍어버려서
읽기도 수월해졌고,
진지하면서도 건조한 느낌이 되니
작품 분위기랑도 잘 어울리더라구요.

3. 분위기
: 웹소인데도 포기하지 않은 묘사에서 우러나오는 독특한 분위기가 있습니다.

"소소리 작가는 캐릭터 이름을 잘 못 짓거든요."
슬라임이 쑥쓰러워하며 말했다.
"댓글에 좋아요가 10개 이상 달리면,
닉네임이 작품 속에 등장하더군요."

저번 화 베댓의 닉네임은 '고오급슬라임'.
프로필 이미지는 리무루 템페스트.
그것이 눈 앞의, 인간을 의태하는 슬라임으로 이어졌다.

창 밖에서 스며들어온 노을빛이.
피가 돌지 않는 두 몸에 혈색을 발랐다.

(걍 제가 지어낸 예시)
굵은 글자는 솔직히 삭제해도 읽는데 문제없죠?
스토리 전개랑 직접적 관련이 없는 부분이잖아요.
웹소는 간결함이 생명인데, 이런 걸 굳이 넣더군요.
의외로, 오히려 좋습니다.
문제는 이게 웹툰으로 묘사 불가능하다는 거~

(원작팬들은 웹툰판 되게 싫어하는데,
제가 보기엔 웹툰팀도 최선을 다했어요...)

예를 들면... 네크로맨서 캐릭터는 반인반뼈(?)입니다.
(머리카락마저도 가느다란 뼈로 돼있음)
여기까지는 그냥 사실관계고,
웹툰으로 구현 가능하죠.↓

웹툰판 기스-제-라이

근데 소설판에선 그녀가
'절반은 뼈임에도 불구하고 믿을 수 없을만큼 아름답다'
고 서술됩니다.

아니 솔직히, 이걸 어떻게 그립니까?
천하의
양영순 피기어 암컷
실루엣으로만 그리고 넘어갔는데!
심지어 그 네크로맨서는 준 주인공급 비중이라
피기어 암컷처럼 은근슬쩍 넘어갈 수도 없어요.

그러니... 웹툰이 볼만했다면 원작소설도 꼭 보십시오.
웹툰이 재현 못 한 점이 너무 많아요.


참고로, 독자 닉네임이 작중에
고유명사로 등장하는 건 사실입니다.
(대댓글로 거부의사를 밝히면 면제됨.)
그래서 가끔 자기 이름이 나온 독자들이
기뻐하기도 하지요.
(예: "왜 내 이름이 말(馬) 이름으로 나오는거야!!!!")

4. 느린 전개
: 밸붕이 없습니다.
먼치킨 놀이 안 합니다.

바꿔 말하면 갈 길은 먼데

걸음은 엄청 느린데다가,
자꾸 처음으로 돌아갑니다.

기본적으로 작가는 독자를 안정시킬 생각이 없습니다.
판타지 세계관에 익숙해졌으니
이제 매너리즘 좀 느껴보겠다는 타이밍에
굳이 독자 머리끄댕이를 잡고 스팀펑크 세계관에 던져넣더군요.

사람에 따라선 장점일 수도 있겠네요.
적어도 저한텐 단점입니다.

(저번에 읽은 내용이 기억이 안 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