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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지금까지 있었던 아수라장을 말하라[25번째](일본어)
685 :익명@오픈 :2018/06/09(토) 20:00:15 ID:pka
내가 두 살 때 아버지가 사고사하심.
아버지를 엄청 귀여워했던 큰고모(아버지의 누나)는 착란상태에 빠져서,
장례식 다음날 나를 데리고 실종됐다고 한다.
며칠 뒤 다시 발견되어 엄마 품으로 돌아왔는데,
엄마도 아버지의 사고사와 내 유괴사건이 겹치면서 정서불안을 일으켜
나를 늘 감시하지 않으면 공황상태에 빠지게 됐다.
당시의 기억은 그다지 없지만, 외갓집에서 엄마와 계속 단둘이였던 건 기억난다.
엄마 고향의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는 다행히도 사무원이 엄마의 소꿉친구여서,
매 쉬는시간에 엄마한테 전화&방과 후엔 엄마가 마중 나올 때까지 사무실에서 맡아주겠다고 제안해주고,
엄마도 학교에 안 보낼 순 없다고 생각해 학교에 보내줬다.
담임 선생님이 매일 세세히 내 학교생활을 어떻게 지내는지 편지로 보고해줬다고 한다.
이윽고 전화 연락도 점심시간only가 됐고,
그때쯤 엄마는 알바일을 하기 시작했다.
중학교에선 가라테(역주: 일본 격투기)부에 들어갔다.
매일 7시엔 엄마가 마중나왔지만, 운좋게도 친구들이 다 좋은 애들이라 아무도 안 놀렸다.
중3때 갑자기 키가 자라서,
가라테도 지역 대회에 나갈 수 있을 정도가 됐다.
지역 대회 후 엄마한테 "이젠 이렇게 강해졌으니까
유괴 안 당해. 지금까지 고마워"라고 했더니 참 많이 울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엄마는 "재혼을 전제로 사귀고 싶은 사람이 있다"고 했다.
그 상대가 초등학교 담임이었던 게 최고의 아수라장.
지금은 나는 이웃 지방의 건설회사에서 일한다.
새아버지가 엄마 곁에서 안정감을 주는 덕분에
내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하면 고맙기 그지없다.
하지만 첫사랑이 새아버지였단 건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다...
686 :익명@오픈 :2018/06/09(토) 20:10:00 ID:gJI
>>685
주위 사람들이 좋은 사람들뿐이라는 훈담. 인가 했더니 마지막줄..ㅋ
발상을 전환하면 첫사랑이 자기 아버지가 됐다는 건 기쁜 일이지.
계속, 무조건 곁에 있을 수 있는 거잖아
그치만 역시 쇼크겠네
687 :익명@오픈 :2018/06/09(토) 20:37:24 ID:pka
>>686
희미한 동경 정도였으니, 충격은 충격이었지만 기쁨이 100이었습니다.
그보다도 초등학교 때의 부끄러운 언동을 하나하나 자세히,
첫사랑이었던 선생님이 편지로 보냈었단 걸
동시에 알았으므로(엄마가 당시의 편지나 연락장을 죄다 보관하고 있었음) 부끄러움에 몸부림쳤습니다...
출처: 지금까지 있었던 아수라장을 말하라[25번째](일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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