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줌마의 해외 익명 막장썰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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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스무살이고, 캘리포니아의 한 어린이집 알바생입니다.
거기 네살바기 애 하나가 영어를 아주아주 못합니다.
가장 기본적인 단어는 아는데, 그게
다른 애들에 비하면 두살바기 수준이고요,
비교대상 애들 중엔 스페인어/영어로 이중언어생활을 하는 애들도 포함돼요.
아는게 거의 '예스', '노', '주스' 정도입니다.

여기 온지 보름쯤 됐는데, 그동안 아이의 놀라우리만큼 좁던 어휘가 두 배로 늘어나더군요.
부끄럽습니다만 제가 언어 쪽은 잘 몰라서
저번주까지는 얘가 포르투갈어나 뭐 그 비슷한 언어를 쓰는 줄 알았어요.

자기변호를 좀 하자면,
애들은 나이에 따라 작은 그룹으로 나뉘는데
마지막 날까지는 제가 얘네 그룹을 돌볼 일이 별로 없었어요.

이 어린이집 운영하는 사람들이 덕후(nerd) 문화에 꽤 빠져있어서
어린이집의 일부는 (아동용) SF나 판타지 테마로 장식돼 있어요.
제 취향은 아니지만 그 사람들 얘기 듣는것도 좋아하고
(평소에는) 그들의 열정을 좋아합니다.

어느날 애가 무슨 언어를 쓰는지 궁금해져서
포르투갈어가 어떤 발음인지 찾아봤는데 그 말이 아니더라구요.
언어를 많이 찾아봤는데 끝까지 모르겠더군요.
아이를 데리러 온 독신 아버지는 괜찮은 사람 같았고
어느날 그날따라 맨 마지막으로 애를 데리러 왔길래
애가 쓰는 언어가 뭐냐고 물어봤죠.

어린이집에서 내 윗사람에 속하는 사람들도 그 자리에 있었는데,
내가 질문하자마자 그들이 함박미소를 짓더니,
이 사람이 언어학에 취미가 있어서, 실험의 일환으로
애한테 Star Trek에 나오는 언어(클링온 어)를 가르치고 있다는 겁니다.

집에서는 애한테 진짜 백프로 클링온 어로만 말해서
(완전히 완성된 언어라 가능하다고 함)
애가 클링온어밖에 못한다고요.

내 윗사람들도 애 아빠도 애한테 클링온만 가르친다는 발상을 완전 맘에 들어해서,
그런 실험이 있으니까 찾아서 읽어보라고 그러더라고요.
심지어 내 상사들은 클링온 단어를 조금 배워서
애하고 말할 때 영어를 안 쓰게 조심한다더군요.

처음엔 멋지다고만 생각하고 별 생각 없었어요.
근데 찾아보니 자기 자식한테 클링온어를 가르쳤다는 그 사람은
영어와 클링온어를 함께 가르쳤다더군요.
처음엔 이 사람도 똑같이 하고있는데 내가 잘못 이해했겠거니 했는데,
나중에 물어보니 일부러 클링온어"만" 가르쳤으며,
이 "실험"을 가능한 한 길게 해볼거라고 하더라고요.

그는 자기 블로그 얘기를 해줬는데, 읽어보니까
애가 나중에 영어를 배우기가 "약간" 힘들 수 있단 걸 잘 알고있고,
그럼에도 이 실험은 그럴 가치가 있다고 써 놨던데요.
심지어는 애가 언어가 많이 나오는 미디어를 접하는 것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었어요.

아이는 꽤 고립돼있으며,
딱 까놓고 말해서 사회적으로 "오프"된 행동을 평소 보이고요.
막 문제행동을 보이고 그런 건 아닌데
진작부터 말을 많이 하는 같은 나이 애들과 상호작용하는데 작은 문제점들이 보여요.

윗사람들한테 말을 꺼내봤는데
이 사람들은 이 학부모랑 그의 실험을 완전 맘에 들어하며,
그게 문제라고도 안 봐요.

전 정말 애가 안됐지 싶은데, 신고해야 할까요?
이거 아동학대인가요?
이 사람 지금 "어 그냥 사회적 실험이야"하는 사고방식으로
자기 자식에게 고의로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방법을 안 가르치고 있는거거든요,
돌아버릴 것 같아요.

내가 이상한 거고, 이게 위험한게 아니라면 죄송합니다.
하지만 정말 안타깝네요.
전 제 직업을 좋아하지만,
이번 일로 일자리를 잃으면 딴 직장을 찾으면 되고, 저금도 좀 있고,
아이가 너무 가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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