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줌마의 해외 익명 막장썰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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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앤 하네스 덕분에 교통사고를 면하고
그집 애만 차에 치이자
우리 집에 누명씌운 썰

(일본 익명게시글 한국어 번역)
연재 링크: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 웹소설(카카오페이지)
나무위키: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
팬서비스(?): 데못죽 매거진(작중 아이돌들의 인터뷰 등이라는 설정)

이 소설을 온갖 곳에서 홍보를 해대던데
(상업광고 말고,
팬들이 자발적으로 하는 홍보요.)

웹소 자체가 한동안 안 내켜서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습니다.

그러다 요즘 다시 웹소 취미가 불타올라서
사람들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던 그 소설을 읽기로.

근데
저는 아이돌에 취미가 없어요.
지금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계속.
여학교에서 모든 급우들이
HOT vs 젝스키스로 나뉘어 대립할때조차
그들을 머릿수로 구분했습니다.

("다섯명인 걸 보니 이건 H.O.T로군...
어 아냐? 그냥 젝키에서 한명 빠진 사진이라고?")


그런 제가 '데뷔 못 하면 죽는 병 걸림(통칭 데못죽)'
을 읽었는데, 놀랍게도
제가 읽기에도 나름 재밌었습니다.


'대리찍사'라는 게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아이돌 업계는 일본 소속사처럼
초상권을 엄격하게 관리하지 않아서,
팬들이 아이돌을 도촬해서 SNS에 올리는 것쯤은
바이럴홍보의 일환으로 봐줘요.

그러다보니
"내가 이번 콘서트는
시간상 도저히 못 가는데,
SNS에 사진은 올리고 싶어"

라는 수요도 생겨납니다.

그럴 때 부르는 게 대리찍사입니다.
대신 가서 찍어서 사진/동영상 파일을 넘겨주고 돈을 받죠.

(관련 뉴스 링크)

한때 생계형 대리찍사였던
4년차 공시생이 회귀&빙의합니다.
달력은 3년 전, 이 몸은 남의 몸.


'이 몸도 나랑 똑같은 천애고아 흙수저잖아...
아이고 의미없다...'
하는데
눈앞에 상태창이 뜹니다.

[Quest] 1년 안에 아이돌 데뷔하기
성공시: 보상
실패시:
죽음

아이돌 업계 관련 경험이라곤
대리찍사 경력밖에 없는 남주가
자기보다 아홉살은 어린 놈 몸에 빙의해
안 죽으려고 아이돌하는 내용입니다.

상당히 웹소로서의 완성도가 높은 작품입니다.
장점을 나열하자면

1. 회빙과 상태창에 대해 짚고 넘어간다

요즘 웹소에서 개인적인 불만이,
회빙환&게이트&상태창 관련 설정이 전혀 없이
"거 좋은 게 좋은거지!"로 퉁치는 작품이 많다는 겁니다.

과학적 설명까진 바라지도 않아요.
상태창 자체가 판타지인데 과학적일 수가 없죠.
최소한 관련 설정 한두개는 넣어달라 이겁니다.


시간을 되돌리는 모래시계라든가,

알고보니 남주가 신화생물이라
시간을 되돌렸다
든가,

하다못해
"나도 왜 하필 난지 모르겠다만,
원래 세계에서 날 치어죽인 트럭 운전자가
이쪽 세계의 신이래"
라도 넣어줘야 '형님 이새끼 웃는데요?' 혹은
'국밥집 첫째아들' 엔딩은 안 나겠다고
안심하고 아무 생각없이 볼텐데,

많은 작품들이 그냥 입 싹 닦고 지나가더군요.

그렇다고 작중 인물이 열심히 살다가도

"언제 또 다른 세계로 납치될지 아무도 몰라..."
라며 불안해하는 묘사가 따로 나오는 것도 아니고.

근데 데못죽에선 이 부분을
짚고 넘어갈 뿐만 아니라,
아예 회귀 시스템을 분석하는 거 자체가
스토리의 큰 축 중 하나
입니다.

2. 돌덕(아이돌 팬)이 아닌 사람에게도 나름 친절하다

초반에 대리찍사가 뭔지
설명 안해주고 넘어가긴 하지만,
몇화 후 뒤늦게 설명한 다음부턴
작가도 반성(?)했는지,
나름 친절해지려고 노력은 하더군요.

중간에 몇몇 못 알아듣겠는 구절이 있긴 합니다.
'소속사가 콘솔 앞 30석을 방송 게스트들에게 할애했다'
가 무슨 의민지는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콘솔=게임기 아님?)
하지만 작중 돌덕들의 '이건 선 넘었다...'는 반응에
저도
'아하, 소속사가 차세대 홍보에 눈이 멀어
현세대 덕후들을 외면하는 무리수를 뒀구만?'

하고 이해 가능하죠.

3. 짜임새 수준이 높다

일반 소설치곤 평균이겠지만
웹소 치곤 기대 이상으로 짜임새 수준이 높습니다.

읽다보면 '어?'싶은 점이 몇개 있었어요.
아이돌 물인데 매니저의 존재감이 희박하다든가,
직장생활 해본적 없는 고시생이었다던 놈이
묘하게 정치감각이 있다든가,
'본래의 자신'의 존재를 찾는데 소극적이라든가.
(아이디 로그인만 시도해보고
안되니까 'ㅇㅋ 나 없어졌음'하고 끝.
제3자인 제가 봐도 검색해봐야 할 게 하나 더 있는데,
시도조차 안 해봐요.)

그런... 설정구멍까진 아닌데,
웹소에 으레 보이는 틈새들이요.
나중에 보강설명해줄 거란 기대도 않았어요. 웹소니까.

근데 설명해주더라고요. 기대도 않았는데!

매니저?→사내정치 관련자.
주인공?→아마 무의식 속에 남아있는 게 있을듯.

4. 입체적 캐릭터

캐릭터가 나름 종이인형 아니고, 인격체입니다.
주인공이 같은 그룹 멤버들 모두와
한번씩은 트러블을 겪고, 해결해요.

저 개인적으론 미국에서 자랐다는 멤버가
한국말과 생각이 둘 다 짧은 듯한 묘사가 마음에 걸렸어요.
물론 있을 수 있는 성격이지만,
옛날에 본 고전 영화에서 여주 아빠가
여주를 버리고 떠나려는 남주한테

"내가 영어가 딸린다고 생각도 딸리는 줄 알아?!"
하는 장면이 연상되면서
'사고수준과 어휘수준이 일치한다라.
작가가 캐릭터 설정을 좀 안일하게 했네...'
했거든요.

근데 나중에 보니까 이 인간은
원래 자유분방한 성격인것도 맞지만,
눈치가 없는 게 아니라, 안 보는 거더라구요ㅋ

5. 스피디함&사이다

위에서 쓴 1~4만 보면 복잡할 거 같지만
웹소적 재미에 충실합니다!
대리찍사였다는 말은,
아이돌 팬들의 기류에 통달했다
(누구 사진이 비싸게 팔릴지 파악해야 되니까)
는 말이기도 하더군요.

다음은, 단점(&장점은 아닌 특징들).

1. 역시 아이돌보단 팬으로서의 시점이 느껴진다

다들 작가가 덕질 경력이 있다고 추측하던데...
확실히, 업계인의 시각보단 팬의 시각이 느껴져요.

저라고 아이돌 활동 경력-_-이 있진 않지만,
최소한 한국어(방송용)공부 등이 묘사돼야 한단 건 압니다.
물론 그냥은 맛없으니까,
상태창 렙업이라는 설탕을 쳐야겠지만요.
근데 안 나오더라구요.

그런 걸 받았을 거라는 암시

("타이밍은 '맞히는' 게 아니라 '맞추는' 거야!")
는 제대로 나오니까
이건 단점까진 아니고, 그냥 특징인 걸로...

저 개인적으로는, 멤버가 일곱인데 아무도 여친이 없는거랑
적이지만, 어찌보면 가장 진솔해질 수 있는 인물
(아이돌로서의 가면을 쓸 필요가 없는)
과 주인공이 단둘이 있을 때도

"내겐 팬이 소중하다"는 취지의 대사를 한 게
'팬이 본 아이돌 시점'이라고 느꼈습니다만...
모르는 일이죠, 아이돌들의 립서비스는 의외로 진실일지도?

'멋진 징조들'이었던가요? 여하튼 어느 책에서
연말마다 빌보드 차트에 올라 돈을 갈퀴로 긁어모으는
크리스마스 캐롤 작곡가가 나오는데,

세상이 복잡하게 돌아간다고 믿는 이들은
그가 노랫말에 쓴 가치들(인류애, 가족애, 사랑)을
그 자신은 안 믿을거라 여기는데,
사실 세상은 그들 생각보다도 복잡해서
그는 진심으로 그러한 가치들을 믿었다.

라는 구절이 나옵니다.
제가 그 책에서 제일 맘에 든 구절이었어요.

아이돌로 성공해서 그걸로 돈버는 사람이라면
팬서비스나 립서비스도 의외로 진심이 될지도요(금융치료!).

2. 콘서트 장면이 기빨림

읽으면 재밌긴 한데,
간지만 있고 의미없는 가사
+기 빨리는 꺄악꺄악 반응
이라고 저는 느꼈습니다.

네, 틀딱입니다... 지나가세여...

3. 非돌덕은 모르는 용어 등장

위에서 '비 돌덕들에게도 친절한 게 장점이다'
라고 써놓고 왜 갑자기 딴소리냐고요?
문맥으로 짐작 가능한 수준이지,
백프로 알아들을 수준은 아니거든요...

하긴, 웹소로서는 현명한 판단입니다.
용어사전 됐다간 독자들 탈주해요.
근데 아예 문외한인 저로선

'모처럼 외국 살다온 멤버도 있는데,
얘를 질문역으로 내세워서 용어해설 좀 해주면 안되나...?'

라는 아쉬움이 있지요.

아마 종이책에서 하겠죠?

"형! '넹글'이 뭔가요?"
"응, '머리가 빙글 돌았다'의 '빙글'을
모양 비슷한 다른 글자로 쓴거야.
한마디로 미쳤다 이거지."
"Oh! 다들 내 잘생김에 미쳤어요!"
막 이럴듯?


여담이지만, 보통은
빙의 전 이름보다 빙의 후 이름이 화려한데
여기선 원래 이름이 더 화려하고
빙의체 이름은... 촌스럽다고 해야하나, 이상하다고 해야하나. 그랬습니다.

공식일러는 아래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공식 캐릭터 일러스트: 텡 님 트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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